수익 추락·일감 몰아주기… 출렁이는 정태영號
입력 2013-11-12 17:43 수정 2013-11-12 22:40
수익성이 급격히 떨어진 현대카드는 기존 상품을 싹 정리하고 ‘돈이 되는 카드’만 남기는 극약처방을 내렸다. 현대·기아차의 자동차금융 물량을 취급하는 현대캐피탈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일감 몰아주기’ 의혹 관련 조사를 받고 있다. 두 회사를 이끄는 정태영 사장으로선 시련의 나날이다.
현대카드는 분야별로 특화된 혜택을 제공하던 기존 전략을 버리고 혜택을 포인트 적립과 캐시백으로 단순화한 ‘챕터2’ 전략을 지난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알파벳 카드 발급을 중단하고 포인트 쌓는 카드(M시리즈)와 캐시백 받는 카드(X시리즈)로 포트폴리오를 개편해 수십종에 달하던 카드가 10여개로 줄었다.
소비자가 복잡한 할인·서비스 기준을 일일이 따져볼 필요가 없게 한 것은 혁신적이지만 월 사용액이 50만원 이상인 경우에만 포인트나 캐시백을 받을 수 있게 한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50만원 미만 사용 고객에겐 아무런 혜택을 주지 않는 것은 ‘돈이 되는 고객’만 품고 가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챕터2 발표 이후 현대카드 전체 회원 수는 감소하는 대신 결제금액이 많은 우량 고객은 느는 추세다. 하지만 전략 성패 여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정태영 사장은 지난 7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두세 달이면 다른 카드사들이 (챕터2 전략을)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그런 움직임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호화행사 같은 이슈는 많이 터뜨렸지만 정작 카드사의 본질적인 부분은 약해 수익성이 많이 떨어지다 보니 그런 선택을 한 것 같다”며 “우리는 모든 고객을 다 안고 가야 하기 때문에 현대카드 전략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카드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010년 22.39%에서 지난해 9월 4.61%, 올해 6월 0.31%로 급락했다. 전반적으로 수익성이 나빠진 카드업계 내에서도 최하위권 수준이다.
한편 공정위는 현대·기아차가 현대캐피탈에 자동차금융(할부·리스·오토론)을 몰아줘 공정경쟁을 저해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캐피탈의 자동차금융 취급 건수(51만3816건) 중 98.5%(50만6247건)가 현대·기아차 물량이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김기준 의원은 “현대캐피탈은 현대차로부터 받은 고객 정보를 활용해 여타 캐피털사들보다 낮은 금리를 제시해 기존 계약 파기를 유도했다는 의혹도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캐피탈은 지금까지 이 같은 혐의로 제재를 받은 적이 없지만 업계 일각에선 대기업 계열사 간 일감 몰아주기를 엄단키로 한 정부 방침 상 이번엔 제재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