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빙 전문 블로거 최종혁씨의 ‘면도로 피부미남 되는 법’
입력 2013-11-12 17:38 수정 2013-11-13 18:49
고대 그리스와 이집트에선 권력, 지혜, 생명력의 상징이었다. 19세기 유럽에선 진보, 좌파, 혁명의 심벌이 되기도 했다. 20세기 중반 미국의 히피들은 반항과 반사회적 이미지로 사용했다. 우리나라에선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위엄과 체면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동서고금을 통틀어 남성성의 상징이다. 무엇일까? 수염이다. 많은 남성이 자신들의 그 상징물을 제거하는 면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면도를 수십 년 동안 매일 해온 이들도 제대로 못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데 정말일까? 블로그 ‘하루에 두 번 면도하는 남자(하두남)’의 주인장 최종혁(29)씨는 “피부에 해가 되는 방법으로 면도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한 번 들인 습관은 바로잡기 힘들다”면서 환절기인 요즘 면도를 잘못하면 피부가 더욱 상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면도의 역사부터 새 면도기의 사용 후기까지 꼼꼼히 소개하고 있는 ‘하두남’은 연 지 2년이 채 안 돼 누적 방문객 수가 16만2300여 명이나 될 만큼 인기가 높다. 하루에 두 번씩 면도하고, 면도를 일종의 익스트림 스포츠로 생각한다는 그를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본사에서 만났다. 뽀얗고 모공도 눈에 안 띄는 ‘피부 미남’이었다. 그는 “전에는 피부가 거칠고 붉은 기도 많았는데 면도를 제대로 하기 시작한 20대 중반부터 피부가 좋아졌다”며 웃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면도를 했다는 그는 여러 번 베이면서 아버지 등 주위 남자 어른들에게 안전한 면도방법을 물어봤지만 별 뾰족한 답을 듣지 못했다고. 그래서 면도를 잘하는 사람들의 영상 등을 찾아보면서 독학했단다. 여기저기서 얻은 이론을 시험해보고 체득한 면도 방법을 여러 사람과 나누기 위해 블로그를 열었다.
그는 “남성들은 면도가 피부 관리의 첫걸음이란 사실을 뜻밖에 잘 모른다”고 지적했다. 그가 꼽은 가장 좋지 않은 면도 방법은 아침에 세수하기 전에 면도하는 것. 그는 “셰이빙 크림만 바르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미지근한 물로 세수나 샤워를 한 뒤, 또는 스팀타월을 해 털을 부드럽게 한 다음 셰이빙 크림을 바르고 면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면도칼을 이용한 습식면도는 물론 전기면도기로 할 때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털이 난 순방향, 그러니까 위에서 아래로, 안에서 바깥으로 면도기를 움직여야 합니다. 더러는 그렇게 하면 털을 깎는 맛이 덜하다고 하는데 그래야 피부 자극을 줄일 수 있습니다.”
면도 순서는 구레나룻 뺨, 턱 선을 먼저 하고, 턱 밑과 목 부분 입술 근처 등 면도하기 까다로운 부위는 가능한 한 수분을 많이 흡수해서 좀 더 유연해질 수 있도록 마지막에 하라고 당부했다. 면도의 마무리는 보습과 면도기 세척. 최씨는 “애프터 셰이브 로션이나 스킨 등을 발라 보습을 꼼꼼히 해주고, 면도기는 반드시 깨끗이 씻어 완전히 말린 다음 보관하라”고 강조했다. 면도기를 먼저 물로 씻은 다음 카트리지와 면도대를 분리해 면도날 사이에 낀 수염찌꺼기와 각질을 깨끗이 씻어 보관해야 한다는 것.
아침에는 습식, 수염이 까칠하게 자란 것이 느껴지는 오후에는 전기면도기를 사용한다는 그는 습식면도기는 5회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면도날이 무뎌지기 때문.
최씨는 “전기면도기는 피부에 자극이 덜하고 휴대성이 편하며, 날 면도기인 습식면도기는 물이 없으면 사용할 수 없고 피부에 자극이 되지만 절삭력이 뛰어나다”면서 처음 면도를 시작하는 사람은 전기면도기가 편할 것이라고 추천했다.
한편 도루코 기술연구소 백학기 소장은 “청소년 절반 이상이 아버지의 면도기로 첫 면도를 시작한다”면서 이렇게 자신의 피부 특성을 생각하지 않은 채 아버지나 형의 면도기로 첫 면도를 시작하게 되면 건강한 피부나 수염 상태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백 소장은 털이 가늘거나 거의 없는 사람에게는 전기면도기를, 깔끔한 면도를 선호한다면 습식면도기를 각각 추천한다고 했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