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령액 턱없이 낮게 산출된 국민연금
입력 2013-11-12 18:46
믿을 수 없는 통계가 바탕이라면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정부가 올 국정감사에서 처음 공개한 국민연금의 실질소득대체율이 크게 부풀려졌다는 보도(국민일보 11월 12일자 1·3면) 내용은 충격적이다. 실질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가입자가 수급연령이 됐을 때 수령하는 국민연금 급여(연금액)를 일할 때 받은 평균임금으로 나눠서 산출한다. 실질소득대체율을 잘못 계산하면 연금액에 큰 차이가 나게 된다. 또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한 정부의 기초연금 방안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연구원은 11일 국감에서 민주당 이언주 의원에게 제공한 실질소득대체율이 계산 오류로 실제보다 최고 6.5% 포인트 높게 산출됐다고 밝혔다. 오류를 수정한 실질소득대체율은 2080년까지 20%대 초반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개인이 받은 평균임금의 40%를 수령하도록 설계했다는 국민연금이 ‘반토막 연금’이라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실질소득대체율을 계산하면서 평균임금을 퇴직 시점의 현재가치로 반영하지 않았거나 축소한 점이다. 전문가들은 현재가치로 환산한 실질소득대체율은 올해부터 2060년까지 한 번도 17%대를 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국민연금 수급연령은 출생연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달라진다. 1953∼56년생은 61세부터 받지만 4년마다 수급연령이 1년씩 늘어나 69년생부터는 65세부터 받는다. 올해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근로자들이 국민연금을 받기 훨씬 전에 은퇴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오죽하면 대부분의 국민연금 가입자가 ‘연금 보릿고개’에 맞닥뜨린다는 말까지 나왔을까. 경제적 어려움에 봉착한 부부가 허드렛일을 하면서 연금 보릿고개를 간신히 넘긴다고 해도 연금액이 쥐꼬리만하기 때문에 노후를 보낼 길은 막막해질 수밖에 없다. 많은 사람이 퇴직 후 자영업에 뛰어들지만 갖고 있던 자금마저 까먹기 일쑤다.
정부가 추계한 계산법대로 하더라도 문제가 많은데 전문가들 지적처럼 실질소득대체율이 17%대로 뚝 떨어진다면 그 심각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노후의 상당 부분을 책임질 것이라는 제도가 사실은 ‘푼돈 연금’이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정부는 실질소득대체율을 터무니없이 높게 산출한 이유를 밝히고 고의로 수치를 조작했다면 관련자를 엄중 문책해야 한다. 정부 통계를 믿을 수 없다면 그 통계를 기반으로 한 정부 정책도 신뢰를 받을 수 없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폭발하기 전에 정확한 정보를 공개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차제에 소득 수준이 높아진 현실에 맞게 국민연금 보험료를 올리고 그에 걸맞게 연금액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