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원 수사 외압 의혹만 증폭시킨 대검 감찰

입력 2013-11-12 18:43

신상필벌은 공정하고 엄격해야 한다. 이 원칙은 그 조직이 제대로 된 조직이냐 아니냐를 판가름하는 제1의 척도다. 잘한 사람에게 상응하는 상을 주고, 잘못을 범한 이에겐 응당 그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여기엔 전제조건이 있다. 정확한 사실관계 조사가 그것이다. 특히 희생을 수반하는 징계의 경우 보다 세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건 상식에 속한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20일간 진행된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과 윤석열 여주지청장 등에 대한 대검찰청 감찰은 상식과는 좀 거리가 있다. 감찰의 핵심은 두 가지다.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에 있어 ‘외압이 있었느냐’와 ‘항명이 있었느냐’이다. 대검 감찰본부 감찰결과 발표를 보면 ‘항명’에 대해선 철저한 조사가 이뤄진 반면 ‘외압’의 경우 수박 겉핥기식으로 넘어갔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지난해 11월 검란 당시 최재경 대검 중앙수사부장을 직접 불러 감찰했던 검찰이 조 지검장을 소환조사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은 고작 한 차례 서면조사와 몇 차례 전화통화만으로 “외압은 없었다”고 결론지었다. 조 지검장과 윤 지청장 간 대질도 이뤄지지 않았다. 당사자의 주장이 상반될 경우 진실을 밝히기 위한 대질조사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당사자 진술이 엇갈려 어느 쪽의 진술이 맞다고 단정할 수 없어 대질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해괴한 논리로 어물쩍 넘어갔다. 범죄수사도 이런 식으로 할까 걱정된다.

외부인사 중심의 대검 감찰위원회에서 외압 부분에 대한 조사가 미진한 게 아니냐는 문제 제기가 여러 번 있었다고 한다. 조 지검장에 대해서도 징계까지는 아니더라도 검찰총장 경고 등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감찰위원회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이러니 ‘결론을 미리 정해놓고 한 짜맞추기 감찰’이라는 논란이 끊이질 않는 것이다. 조 지검장 사의표명과 감찰결과 발표로 외압논란이 잠잠해질 거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검찰은 이 감찰결과를 역사 앞에 자신있게 내놓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