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렘브란트 말씀에 빛을 담다… ‘명화로 만나는 성경’

입력 2013-11-12 17:06


명화로 만나는 성경/이석우 지음/아트북스

미켈란젤로의 ‘아담의 창조’, 루벤스의 ‘하프를 켜는 다윗 왕’, 시모네 마르티니의 ‘수태고지’, 렘브란트의 ‘간음한 여인’, 반 고흐의 ‘선한 사마리아인’, 뒤러의 ‘네 명의 성스러운 사람들’, 보스의 ‘최후의 심판’….

이 책은 천지창조부터 출애굽 사건, 마리아의 잉태, 최후의 만찬, 그리스도의 죽음, 인류의 마지막 날을 다룬 ‘최후의 심판’까지 성경 속 주요 사건들을 그린 24점의 명작을 조명한다. 한마디로 ‘명화로 읽는 성경’이다.

“개신교는 활자문화와 함께 자랐기 때문에 그들에게 성경은 ‘설명되고 읽히는 책’이었다. 개념이 아무리 구체적으로 설명된다고 할지라도 우리가 감성적으로 다가서기는 힘이 든다. 그림을 통해 보는 성경 이야기는 상상력을 자극해 성경 시대로 우리의 마음을 인도한다.” 남서울은혜교회 홍정길 원로목사는 책을 이렇게 추천했다.

이 책에 관심이 가는 건 명화들을 단순히 소개하는 데 그친 게 아니라 신앙의 관점으로 작품을 풀어냈다는 것이다. 서양사를 전공한 학자(경희대 명예교수)이자 분당 샘물교회 장로인 저자는 그림에 담긴 성경적 의미를 설명하고 화가 자신의 신앙적 고뇌, 나아가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의 시험대 위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오늘의 성화 묵상’ 코너를 통해 전한다.

‘빛의 화가’로 알려진 렘브란트는 ‘간음한 여인’이란 작품을 통해 세상에 무엇을 전하려고 했을까. “렘브란트는 이 이야기의 초점을 간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죄인이라는 점과 이를 진정 용서하실 수 있는 분은 예수님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특히 인간은 죄성이 있지만 선함 또한 분명히 분유(分有)하고 있어서 회개하면 용서받아야 한다고 믿고 있었을 것이다. 그 때문에 그는 다른 화가들이 그리지 않았던 회개하는 가룟 유다를 대담하게 그리기도 했다. 렘브란트의 이런 인간사랑은 하나님을 깊이 신뢰하는 믿음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148쪽) 저자는 이와 함께 렘브란트의 예술 생애 가운데 드러난 영광과 좌절의 순간도 언급한다. 렘브란트는 화가의 명성 뒤에 온 가족을 잃어버린 큰 아픔을 깊은 신심(信心)으로 극복한다.

뒤러는 ‘네 명의 성스러운 사람들’이란 작품을 통해 자신의 신앙 노선을 분명히 밝힌다. “왼쪽 패널에는 젊은 요한이 마침 당시 루터가 번역한 루터 성경(1522)을 손에 들고 자신이 쓴 요한복음 1장을 펴든 채 읽고 있다. 이는 뒤러가 루터의 종교개혁을 지지하고 있다는 강력한 시사다.”(166쪽) 특히 그림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는 두 권의 성경은 뒤러가 오직 말씀과 믿음이 충만했던 초대교회로 돌아가자는 종교개혁 당시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해석한다.

그렇다고 영성만 강조한 건 아니다. 미술사적인 전문 지식도 접할 수 있다. 피터르 브뤼헐의 ‘바벨탑’에서 화가가 활동하던 당대 도시 안트베르펜의 분위기를 전하며 그림의 맥락을 소개한다. 이는 서양미술사의 중요한 원류인 헬레니즘과 헤브라이즘을 이해하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이 큰 도시는 유럽 최고의 번영을 자랑하고 있었으며 서방 세계의 경제 중심지로 다양한 언어를 쓰는 상인들이 곳곳에서 모여들고 있었다.… 도시가 번창함에 따라 안트베르펜 사람들은 오만에 가득 차고 욕정에 사로잡혔으며 방향 감각까지 잃어가고 있었다. 브뤼헐은 이런 모습이 바벨탑을 세워 하나님에 대항하고자 했던 구약 속 인간들의 행태와 다를 것이 없다고 보았다.”(49쪽)

유럽 여행을 준비 중인 크리스천이라면 꼭 읽어볼 것을 권한다.

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