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론 책 4만여권… 부실 수사가 불 지펴
입력 2013-11-12 16:57 수정 2013-11-12 22:37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과 그의 암살을 다룬 책은 지금까지 4만권에 이른다고 한다. 거기다 50주년을 맞아 수백권의 책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 중 대부분은 암살 원인을 둘러싼 음모론과 관련된 것이다.
음모론을 잉태시킨 건 1963년 ‘워런 위원회’의 부실 수사였다. 진보적 성향의 얼 워런 연방대법원장이 이끈 케네디 암살 조사위원회는 10개월간 수사 끝에 리 하비 오스왈드의 단독 범행으로 서둘러 결론지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케네디 사망 이틀 뒤 구치소로 수감되던 오스왈드가 “나는 단지 이용당했을 뿐”이라고 외치는 가운데 댈러스의 나이트클럽 주인인 잭 루비가 1m 앞에서 권총으로 그를 사살하는 장면을 TV 생중계로 목격했던 터였다. 전염병처럼 번진 의심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당시 린든 존슨 행정부가 음모론을 불식시킬 만큼 철저한 진상조사를 하지 않은 데는 자칫 소련이 배후로 드러날 경우 핵전쟁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 그리고 조사 과정에서 미 중앙정보국(CIA)의 각종 해외공작 등 미국의 치부가 드러날 것 등을 염려한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부실 수사 논란이 끊이지 않자 76년 하원 조사위원회가 2년 동안 재조사를 벌였다. 재조사 결과 총은 네 발이 발사됐고 오스왈드 이외 한 명의 저격수가 더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 내렸다. 하원 조사위는 “케네디 전 대통령이 모종의 음모로 암살됐을 수 있다”며 “다만 음모가 누구에 의해 꾸며졌는지는 밝힐 수 없었다”고 발표했다. 음모론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최근 버지니아주립대 정치연구센터의 조사 결과 미국인 75%는 오스왈드의 단독 범행이라는 워런 위원회의 결론을 믿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버지니아주립대 정치학과 래리 사바토 교수는 “케네디 암살원인은 아직 불명확하지만 한 가지 확실히 예언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지금부터 백년이 지나도 여전히 암살에 대한 새로운 증거를 내세우며 책과 다큐멘터리가 이어질 것이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수많은 케네디 관련 책 중 ‘정말 잘 쓴 것’은 드물다면서 세 권을 추천했다. 그것은 1992년에 출간된 ‘JFK 무모한 젊음(JKF Reckless Youth)’, 전 보스턴대학 교수 로버트 델릭이 쓴 ‘끝나지 않은 삶(An Unfinished Life:John F Kennedy 1917∼1963)’, 그리고 케네디 사망 후 장례식까지 4일간을 세밀하게 서술한 ‘대통령의 죽음(The Death of a President)’이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