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의 시편] 21세기에 해적이라니
입력 2013-11-12 17:05 수정 2013-11-12 21:03
최근 유엔마약범죄사무소와 인터폴, 세계은행그룹이 소말리아 인근 해역에서 활동하는 해적들이 챙긴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공동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아덴만 등 소말리아 해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 해적들이 지난 2005년 4월부터 지난해까지 7년 8개월 동안 납치한 인질의 몸값으로 챙긴 수익은 3억3900만 달러에서 4억1300만 달러라는 것입니다. 4억 달러만 잡아도 4200억 원이 넘습니다. 조사 기간 가운데 소말리아 해적들의 몸값 수익이 가장 많았던 해는 재작년으로 1억5110만 달러에서 1억5567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우리나라 삼호주얼리호도 재작년 1월 납치됐다가 해군 청해부대에 의해 구출된 적이 있었듯이 우리 상선들의 피해도 적지 않습니다.
몇 백년 전이나 19세기 이야기가 아닙니다.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왜 21세기에 해적이 심각한 문제일까요. 소말리아 해적은 현재 약 1500명으로 추산됩니다. 오랜 무정부 상태로 소말리아인들은 심각한 빈곤에 빠졌고, 그들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해적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2009년 1인당 국민소득은 600달러(약 66만8400원)로 세계 최하위 수준입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하루 2달러로 생계를 잇는 빈곤층이 전체 인구의 75%라고 합니다. 일자리 부족도 심각하여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은 아예 소말리아의 실업률을 산출하지 않을 정도라고 합니다. 이런 가운데도 17세 소말리아 해적은 연간 2만 달러(약 2200만원) 정도를 번다고 하니, 해적은 소말리아에서 가장 선망하는 직업이며, 젊은 여성들이 해적과 결혼하기 위해 항구로 몰려드는 것입니다.
이런 형편이다 보니 국제사회가 해적 퇴치를 위해 매년 50억∼70억 달러를 써도 해결되지 않는 것입니다. 지금과 같이 해적과의 전쟁이라는 방법으로는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는 것입니다. 차라리 해적 퇴치를 위해 사용하는 그 엄청난 돈을 소말리아인들의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는데 사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요? 그들의 가난을 해결해주지 않는 한 해적은 줄지 않을 것이고 소말리아 앞 바다는 여전히 불안한 뱃길이 될 것입니다.
가난한 자들을 먹이는 것이 우리의 안전을 담보하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이것은 하나님께서 율법을 통해 명령하신 것이기도 합니다. 왜 하나님께서는 고와와 과부로 상징되는 사회적 약자를 먹이기 원하셨을까요? 그것은 사회적 안전망을 확보하는 가장 지혜로운 길이기 때문입니다. 밤길을 편안하게 다니기 위해서는 배가 고픈 나머지 누군가의 것을 빼앗고 싶은 사람이 없어야 하는 것입니다. 배고픈 자를 먹이는 것은 나의 안전을 도모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산정현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