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박수진 (11) 팔라우 얍섬 정글에 선원들 땀 배인 첫 교회를

입력 2013-11-12 17:12


팔라우공화국은 한국에 이어 한나호의 제2 모항이 됐다. 그곳에서 프로펠러 고장과 전도의 열매, 부흥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팔라우 성도들에게 고난 속에서도 축복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다시 찾았다. 당시 우리는 얍에 교회를 세우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얍은 비교적 큰 섬인데 주변에는 작은 섬들이 많았다. 그런데 얍 사람들은 주변 섬 주민들을 차별했다. 작은 섬이라는 이유에서다. 주변 섬사람들이 얍으로 이주를 해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주변 섬 출신 기독교인들도 얍의 교회에서 차별을 당했다. 그래서 얍 주변 섬 주민을 위한 교회가 필요했다. 우리는 이를 일찌감치 염두에 두고 있었고 교회 건축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소식을 들은 인도네시아 ‘미션 케어’라는 선교단체에서 제일 먼저 연락이 왔다. “교회를 기증하겠습니다.” 미션 케어는 서태평양의 여러 섬 지역에 조립식 교회를 세우는 활동을 하고 있었다. 단체는 2층짜리 조립식 교회 건물을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교회 부지도 마련됐다. 얍에 거주하는 팔라우 출신의 모세 집사라는 분이 선뜻 부지를 내놓은 것이다. 모세 집사도 주변 섬사람들의 설움을 잘 알고 있었다. 교회 건축에는 괌의 동서장로교회와 인천의 부평 강성교회의 헌금도 보태졌다.

그로부터 6개월 뒤 얍의 정중앙 숲속에 교회가 세워졌다. 교회 건축은 한나호 선교사들이 나서서 직접 지었다. 선교사들은 조립식 교회 부품이 도착하면 이를 설계도대로 맞췄다. 정글 속 교회는 특성상 동물 침입을 막기 위해 1층은 마당 등 빈 공간으로 둔다. 기둥을 세운 우리는 2층 예배당 꾸미기에 힘썼다. 우리는 이 교회를 ‘얍복음교회’로 명명했다.

한나호 사역자들이 교회 건축에 나선 것은 평소 해왔던 섬김의 정신에서 비롯됐다. 필리핀 세부항 드라이독 배 청소에도 한나호 선교사들이 팔을 걷어붙인 것처럼 한나호 형제자매들은 이를 즐겁게 감당했다. 한나호 선교사들의 섬김은 철저한 훈련에서 나온다. 한나호에 일단 승선하게 되면 1년 동안 무조건 갑판, 엔진, 식당에서 일해야 한다. 노동을 하면서 낮아지고 자신을 부인하는 훈련을 하게 된다.

성 프란시스코가 자신의 제자들에게 사용했던 방법은 한나호 사역자들에게 많은 도전을 던진다. 프란시스코는 제자가 되려고 찾아온 10명에게 꽃을 주면서 거꾸로 심으라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9명의 후보들은 꽃을 거꾸로 꽂으면 죽는다고 생각해 똑바로 심었고 나머지 한 명만 프란시스코의 말대로 거꾸로 심었다. 성 프란시스코는 9명을 돌려보냈고 무모한 지시에 순종한 1명만 제자로 받았다.

이외로 선교 현장에서 순종하는 것에 실패하는 사람이 문화 적응이나 언어 적응에 실패하는 것보다 더 많다. 선교지가 순교지가 되도록 끝까지 참고 인내하며 순종하는 사역이 우리에겐 필요하다.

마태복음 20장 26∼28절은 여전히 변함없는 한나호의 주요 성구다. “너희 가운데서 위대하게 되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하고, 너희 가운데서 으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한다. 인자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으며, 많은 사람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몸값으로 치러주려고 왔다.”(새 번역)

얍에 교회를 세울 때 우리는 기도했다. 이곳 원주민들에게 바른 신앙을 세워주시길. 우리도 좋은 선교사로 만들어주시길. 또 교회를 찾는 모든 사람에게 하나님 나라가 증거되기를 말이다.

얍 원주민들은 토플리스 차림의 원시부족에 가까운 사람들이었다. 매우 폐쇄적이었고 전도활동을 해도 열매가 없었다. 앞서 간 다른 선교사들도 고난을 많이 당했다.

정리=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