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의 기적] (10·끝) 인도 뭄바이 빈민촌 찾은 월드비전 전북지부팀
입력 2013-11-12 17:04 수정 2013-11-12 21:08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지붕
쓰레기·오물 널린 거리
인구 41%가 이런 판자촌에…
솟아 있는 고층 빌딩 뒤로 흉물스러운 모습의 빈민촌이 자리 잡고 있었다. 고가도로 아래에는 수많은 차들이 뿜어내는 소음과 먼지를 참으며 잠을 청하는 노숙인들이 즐비했다. 인도의 경제수도 뭄바이는 빈부 격차의 실상을 여실히 드러냈다.
지난달 22일 국제구호기구 월드비전 전북지부 팀은 인도 뭄바이의 빈민촌 ‘자이산투쉬마타’를 찾았다. 곳곳에 쓰레기와 오물이 널려 있었다. 다닥다닥 이어진 남루한 집 사이로 시꺼멓게 썩은 개천이 흐르고 있었다. 여러 갈래의 골목길을 지나 도착한 알리사호(14)양의 집은 얼마 전 부서진 슬레이트 지붕 대신 천으로 덮여 있었다. 집안은 사우나처럼 더웠다. 부모님과 두 동생을 포함한 알리사호의 다섯 가족은 이곳에서 내려앉는 먼지를 치워가며, 새는 빗물을 닦아가며 살아가고 있다. 이런 집은 이 동네에 매우 흔했다. 프라푸라타(28)씨의 집은 사정이 더 나빴다. 흙바닥에 이렇다 할 가구도 없이 화로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흡사 원시시대 움막과 같았다. 마을 언덕 꼭대기로 올라가니 쓰레기와 동물들의 배설물이 쌓여 있는 공터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었다. 11살 마노즈와 친구들은 “이곳이 유일한 놀이터”라고 말했다.
이곳은 월드비전 뭄바이 동부 지역개발사업장(ADP)이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는 지역이다. 뭄바이 동부ADP 관계자는 “인도 전역에 약 10만 곳의 슬럼가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뭄바이는 총 인구 1600만명 중 41%가 판자촌 빈민가에 살고 있다”며 “슬럼 주택 중 3분의 1 이상은 실내 화장실이 없고 64%는 하수 시설이 없으며, 대부분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지붕 밑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월드비전 전북지부는 뭄바이 동부ADP에 2000만원을 전달해 자이산투쉬마타 지역 지붕보수 사업을 지원키로 했다. 이에 힘입어 80여 가정에 슬레이트 지붕 교체 사업이 진행될 계획이다. 뭄바이 동부ADP 관계자는 “빈민촌에 가장 시급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지붕 보수”라며 “한국 월드비전의 지원에 힘입어 지붕 보수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난과 대조적으로 인도의 부자는 무섭게 늘어나고 있다. 미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올해 인도에서 자산 3000만 달러(약 325억원) 이상의 ‘초고액 자산가’는 지난해보다 120명 늘어난 7850명인 것으로 조사됐다.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BRICs) 국가들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세다. 인도 초고액 자산가들의 총자산은 9350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100억 달러 늘었다. 빈부 격차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빈곤의 늪에서 빠져나오기는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도 희망은 있다. 뭄바이 동부ADP는 자이산투쉬마타를 포함 40여개 지역 13만4196명을 타깃으로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ADP관계자는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많은 인구가 뭄바이로 옮겨 왔지만 기회를 잡지 못해 가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우리는 아이들과 주민의 건강회복, 그리고 자립을 목표로 직업교육, 영양지원 사업 등을 벌이고 있고, 현재 일련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마침 지난달 23일 뭄바이 메그화아디 지역에서 ADP가 지원하는 이·미용 교육 참가자들 25명의 수료식이 열렸다. 이미용 교육은 4개월간 진행되며 수료한 이들은 취업이 보장되고 한 달 평균 8000∼1만 루피(13만∼15만원)의 수입을 얻게 된다. 이는 네 가족이 한 달 동안 생활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이번에 수료하게 된 레누카(21·여)씨는 “가난한 집안 환경 탓에 무엇이든 경제 활동을 해야 했지만 한쪽 발에 장애가 있어 여의치 않았다”며 “절망에 빠져 있을 때 월드비전 이·미용 교육프로그램을 알게 됐고, 기술을 배우는 데 장애가 걸림돌이 되지 않아 이제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메그화아디 지역에서는 영양보건 사업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월드비전에서 공급하는 밀과 설탕, 옥수수 등이 들어간 영양죽을 공급한 결과 지난해 결연아동 103명의 체중이 모두 증가했다. 월드비전의 지원으로 뭄바이 암베드카르 나갈 지역에 2005년 설립된 자조(自助)그룹은 총 15명의 회원이 수제 가방, 커튼, 액세서리 등을 만들어 판매하며 매달 인도연방은행에 100루피(2000원)를 저축하고 있다.
뭄바이 동부ADP 총괄 책임자 리나(28·여)씨는 “뭄바이 동부 지역은 인도에서도 가장 열악한 지역 중 한 곳이지만 앞으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주민들이 지역사회 내에서 건강한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뭄바이(인도)=글·사진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