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포워드, 추억속으로… 박정은 은퇴식
입력 2013-11-11 22:20
“울지 않으려고 했는데 참을 수가 없었어요. 앞으로 좋은 지도자가 될게요.”
여자프로농구 용인 삼성생명 박정은(36) 코치가 11일 정들었던 유니폼과 이별했다. 지난 시즌까지 현역 선수로 코트를 누빈 박정은 코치는 2013∼2014시즌 홈 개막전으로 이날 경기도 용인체육관에서 열린 청주 국민은행과의 경기에 앞서 은퇴식을 가졌다.
입장할 때부터 이미 눈이 빨개진 박 코치는 현역 시절 영상이 소개되자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이번 시즌부터 지도자로 변신한 박 코치는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 행복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었다”면서 “내가 받은 사랑을 반드시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싶다”고 밝혔다.
박 코치는 은퇴식에서 자신의 농구 인생에서 소중했던 사람 5명을 꼽았다. 먼저 어머니 임분자 씨, 초등학교 시절 자신을 농구 선수의 길로 이끌어준 이상돈 교장, 열성팬인 이민희 씨, 삼성생명에서 지도해준 유수종 감독, 남편 한상진 씨를 들며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인기 탤런트인 남편 한상진 씨도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남편이 펑펑 눈물을 쏟자 박 코치는 “‘나야 울어도 괜찮지만 당신은 남자니까 눈물 보이면 평생 갈 것’이라고 말해줬는데 완전히 망했다”며 남편의 눈물을 탓했다.
동주여상을 나와 1995년 실업 삼성생명에 입단한 박정은 코치는 프로 원년인 1998년부터 삼성 유니폼만 줄곧 입었다. 박 코치는 국가대표로서 2000년 시드니 올림픽과 2002년 세계선수권 등에서 한국을 세계 4강 무대에 올려놓았다.
박 코치는 ‘명품 포워드’라는 애칭으로 통산 득점 6540점으로 7위, 어시스트 1776개로 8위, 리바운드 2664개로 7위에 오르는 등 다양한 개인 기록에서 상위권을 지켰다.
박 코치가 현역 시절 달았던 등번호 11번은 삼성생명 영구 결번으로 지정됐다. 공교롭게도 ‘빼빼로데이’인 11월11일에 ‘11번’이 영구 결번돼 잊을 수 없는 이미지를 남겼다.
한편 삼성생명은 KB국민은행과 시즌 첫 번째 맞대결에서 69대 86으로 패했다.
윤중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