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식인들 “무라야마 담화 계승”

입력 2013-11-11 22:15

일본 지식인들이 일제 침략과 식민 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해야 한다며 행동에 나섰다.

가마쿠라 다카오 사이타마대학 명예교수, 아마키 나오토 전 레바논 주재 일본대사 등 일본 지식인과 전직 관료 등 16명은 11일 도쿄 참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라야마 담화 계승·발전 모임을 발족했다.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당시 총리가 발표한 담화의 정신을 되살리자는 취지다.

가마쿠라 교수는 “일본을 되찾겠다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구호에 담긴 인식은 전쟁 이전 메이지 헌법시대로 복귀하자는 말 같다”며 “전쟁에 대한 반성 없이 그저 ‘져서 억울하다’는 인식뿐인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아베 정권이 의식적 배타주의 노선으로 한국 중국과 갈등해가며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지타 다카카게 시민헌법조사회 사무국장은 “지난 4월 국회에서 무라야마 담화를 그대로 계승하지는 않겠다고 했던 아베 총리는 이후 전체적으로 계승하겠다고 말을 바꿨지만 담화의 핵심인 침략과 식민 지배에 대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언급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강연회 등 각종 행사를 통해 일본 대중에게 제대로 된 과거사를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가마쿠라 교수는 “독일과 일본의 차이는 결국 침략전쟁이 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는 점과 파시즘에 대한 국민 인식의 차이”라고 말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의 출신 정당 대표인 요시다 다다토모 사민당 당수는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이 중국 한국 등 아시아 국가와 우호적 관계를 맺게 된 계기였다”며 “무라야마 담화 계승·발전 모임이 더욱 외연을 넓혀 일본의 국가주의적 행보를 멈추게 하는 힘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