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 작품 어제 작곡한 것처럼 들리게 연주” 베를린 필 상임 지휘 사이먼 래틀 간담회
입력 2013-11-11 18:50
“모든 음악이 현대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목표는 바흐의 작품이 마치 어제 작곡된 것처럼 들리고, 불레즈와 같은 현대 작가들 음악이 수세기 전에 만들어진 것처럼 느껴지도록 동시대성을 갖춘 연주를 하는 것입니다.”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 베를린 필하모닉의 상임지휘자 사이먼 래틀(58)은 11일 서울 반포동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현대 클래식 음악의 동시대성을 강조했다. 그는 2002년부터 창단 130년이 넘는 베를린 필의 수석 지휘자로 활약하고 있다. 다양한 레퍼토리를 자유자재로 현대적으로 해석해 왔다. 그는 “20∼30년간 현대 음악이야말로 엄청난 발전을 해 왔다”며 “요즘 작곡가들은 전형적인 음악 대신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장르를 넘나들며 음악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내한 공연 무대에서도 그는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인다. 11일 슈만 교향곡 1번,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을 올렸다. 이어 12일에는 불레즈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노타시옹’과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을 연주한다. 그는 “브루크너 교향곡 7번은 가장 좋아하는 레퍼토리”라며 “오스트리아라는 국가의 서정성을 느끼게 하는 대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브루크너 교향곡이 로스트 비프(메인 소고기 요리)라면, ‘노타시옹’은 김치 같은 양념 역할을 한다”며 “그림으로 보면 ‘노타시옹’은 미로와 칸딘스키 작품에, 브루크너 작품은 렘브란트의 어두운 그림에 비유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2018년 계약 기간이 끝나는 대로 베를린 필을 떠나겠다고 밝혔던 만큼 그의 거취는 세계 음악계의 관심사다. 영국 출신으로 25세 때부터 ‘버밍엄 시립 교향악단’을 맡아 대표적인 오케스트라로 키웠던 그이기에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등 자국 공연단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는 런던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다른 곳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며 “아직 5년 남았고 5년은 길다. 중요한 것은 그동안 베를린 필 가족들과 함께 이루고 싶은 것이 많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