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잔해서 가족찾는 참상 “이곳은 지옥”… 슈퍼태풍 ‘하이옌’ 강타 현장
입력 2013-11-11 18:23 수정 2013-11-11 00:23
슈퍼태풍 ‘하이옌’이 할퀴고 간 필리핀 중부 레이테주 타클로반은 11일 지옥보다 더 한 폐허로 변해 있었다. 베트남 북동부 하이퐁에 상륙한 하이옌으로 최소 10여명이 숨졌다. 또 중국 광시성에도 3만 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신속한 지원을 약속하는 등 국제사회의 구호 움직임도 빨라졌다.
릐속속 드러나는 참상=타클로반 피해 주민들은 식수와 식량은 물론 쉴 곳도 없어 외부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외신은 전했다. 먹을 것이 없다 보니 폐허가 된 가게를 뒤지거나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 잔해더미를 파헤치는 장면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사망·실종자가 1만25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정부가 확인한 사망자는 255명에 불과하다. 폐허로 변한 공항에 머물던 마지마 페르난데스(여)는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에게 “내일이 아닌 지금 당장 국제사회의 도움이 닿을 수 있게 해달라. 여기는 지옥보다 더 심하다”고 말했다.
타클로반 병원에는 부상자들이 몰려들고 있지만 전기가 끊어지고 의료 물자도 바닥나 응급조치 외에는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미 국방부는 1차로 해병대원 90명과 헬리콥터, 항공기 등 수색·구조 장비를 제공했다. 수도 마닐라에서 C-130수송기를 통해 현장에 도착한 해병대원들은 물과 발전기, 트럭, 지게차 등을 주민에 제공했다. P-3 오라이언 초계기도 현장으로 날아갔다.
일부 주민의 약탈이 계속되면서 불안감 또한 커지고 있다. 단순히 생필품을 약탈하는 것에서 벗어나 냉장고 같은 전자제품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 때문에 일부 주민은 총기 등을 들고 자경단을 조직해 불침번을 서면서 재산과 가족보호에 나섰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필리핀 정부는 타클로반 일대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 과정에서 한 20대 여성이 타클로반 공항에 마련된 대피소에서 딸을 낳아 한 줄기 희망을 선사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릐하롱베이 등 베트남 북동부 피해=베트남 북동부 하이퐁에 상륙한 하이옌의 위력은 상륙 당시 순간최대풍속이 시속 117㎞, 중심최저기압 965헥토파스칼(h㎩)에 이를 만큼 여전히 강력했다. 이 때문에 최소 13명이 사망하고 81명이 부상당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곳곳에서 정전사태가 이어졌으며 많은 가옥의 지붕이 날아갔다. 우옹비 지역에서는 50m 높이의 송신 안테나가 쓰러졌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3대 자연문화유산인 하롱베이 인근에서는 아름드리나무 상당수가 뿌리째 뽑혔다. 항구인 하이퐁에서는 일부 어민이 고립돼 당국이 구조에 나섰다. 베트남 당국은 하이옌의 접근에 대비해 해안가 저지대 주민 60만명을 안전지대로 대피시켰다.
베트남에 이어 중국 광시성에 진입한 하이옌은 강풍과 함께 300~400㎜의 폭우를 뿌렸다. 이로 인해 1명이 숨지고 3만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애도 성명을 냈다. 미국은 주요 피해지역에 병력을 추가로 보낼 방침이다. 캐나다와 유럽연합(EU), 독일 등 국제사회도 긴급 지원계획을 밝혔다. 로스앤젤레스에 사는 필리핀계 주민들도 복구기금 마련을 위한 모금활동에 나서기도 했다.
이제훈 기자, 세부=구성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