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미국계 금융사 가고, 일본·중국계 온다
입력 2013-11-11 18:17
미국·유럽계 금융회사는 속속 한국을 떠나는 반면, 중국·일본계 은행은 한국에서 덩치를 키우고 있다. 상당수 미국·유럽계 금융사는 현지화 실패에 본사 자금난이 겹쳐 짐을 쌌다. 중국계 은행은 한·중 양국간 비즈니스 확대에 따라, 일본계 은행은 엔화 약세를 틈타 한국 시장에서 저변을 넓히는 중이다.
1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한국에서 철수하거나 사업을 축소한 외국계 금융사는 15곳이다. 은행 중에선 2009년 미국계 리먼브러더스의 인가가 취소되고 메릴린치가 문을 닫았으며, 영국계 HSBC는 올해 7월 소매금융 업무를 접었다. 증권사·할부금융사 중에선 미국계 리먼브러더스증권, 푸르덴셜증권, 키이큅먼트파이낸스, GE캐피탈이 문을 닫거나 국내 업체에 합병됐다. 보험업계에선 독일계 에르고, 네덜란드계 ING, 영국계 HSBC가 철수했고 영국계 아비바그룹은 우리아비바생명의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이다. 자산운영사 중에는 미국계 푸르덴셜과 골드만삭스, 프랑스계 소시에테제네랄, 호주계 맥쿼리가 사업을 접거나 거의 손을 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들 업체가 한국을 떠나거나 영업 규모를 줄인 이유에 대해 “본사의 사정이 나빠진데다 한국 시장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금융사의 부진에는 우리 정부의 지나친 개입과 규제가 한몫했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유럽계 금융사가 위축된 사이 중국·일본계 금융사가 약진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 진출한 중국계 은행은 중국은행, 중국공상은행, 중국건설은행, 교통은행, 중국농업은행 등 5곳이며, 일본계 은행은 미쓰이스미토모은행, 미즈호코퍼레이트은행, 미쓰비시도쿄UFJ은행, 야마구찌은행 등 4곳이다. 이 은행들은 매년 자산규모와 직원 수를 늘리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중국계 은행은 양국간 비즈니스 규모에 걸맞게 덩치를 키우는 중이고, 일본계는 엔저로 인해 자국에서 돈을 굴리는 대신 한국에서 기업대출로 수익을 낼 기회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