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푸핀더 길 사장 “한국 파생상품 시장 추락은 지나친 규제 탓”

입력 2013-11-11 18:17


한때 세계 파생상품 시장에서 1위를 달리던 한국이 8위로 처진 데 대해 푸핀더 길(사진) 시카고상품거래소(CME)그룹 사장은 “한국 정부의 규제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규제가 개인투자자의 참여를 지나치게 억제하고 있다는 뜻이다.

길 사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힐튼 호텔에서 열린 ‘미국선물협회(FIA) 선물·옵션 엑스포’에서 기자와 만나 “한국 정부는 파생상품 시장에서 과도한 투기를 억제하고 적격기관투자자만 시장에 참여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1988년 CME그룹에 입사한 푸핀더 길 사장은 2004년 CME홀딩스와 CME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후 지난해부터 CME그룹 사장을 맡고 있다.

길 사장은 우리나라 파생상품 투자자 중 개인 투자자의 수가 대폭 줄어든 데 대해 “정부의 규제, 높은 증거금 비율, 계약단위 승수 인상 등이 영향인 것 같다”며 “결국은 위험 관리의 문제”라고 말했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향후 파생상품 시장은 점진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길 사장은 “경제가 회복추세에 있기 때문에 한국거래소를 포함해 전 세계 파생상품 거래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생상품 시장 확대를 위해 CME그룹과 한국거래소 간 연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길 사장은 “CME그룹은 지난 3년 동안 경제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한국거래소 등 해외 거래소와의 연계에 꾸준히 힘써 왔다”며 “한국거래소와 함께 CME그룹이 고객 요구에 맞는 상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거래소의 내년 최대 화두인 금 거래 시장에 대해서는 다소 비관적 전망을 내놨다. 틈새 시장을 제대로 노리지 않는 이상 금 시장 성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세계 금 시장 유동성은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 집중돼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거래소가 그 틈바구니를 잘 공략하지 않으면 장기적 성공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고객을 붙잡을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CME그룹과의 연계를 통해 일 평균 10만 계약 이상 거래되는 뉴욕 상품거래소(COMEX)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시카고=진삼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