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이전 앞둔 공공기관 미혼들, 짝찾기 분주
입력 2013-11-12 05:08
전력거래소는 11일 소속 직원 최모(33)씨의 결혼 소식을 보도자료를 통해 알렸다. 상대는 한국인터넷진흥원에 근무하는 여직원 이모(29)씨. 평범한 결혼이 널리 ‘보도할’ 거리가 된 이유는 두 사람이 혁신도시 이전을 앞둔 공공기관에 근무한다는 인연으로 만났기 때문이다.
기관 이전이 시시각각 다가오자 각 공공기관에서 미혼 남녀 직원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수도권에서도 짝을 찾기 어려운데 지방으로 가면 결혼하기 더 힘들어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전력거래소는 대책 마련 차원에서 단체 미팅을 주선했다. 지난 9월 서울 홍익대 앞 한 클럽을 빌려 전남 나주로 이전하는 15개 공공기관 소속 미혼 남녀 140명을 초대했다. 가벼운 음료와 함께 춤을 추며 자연스럽게 만남을 갖는 기회를 제공했다. 행사 이름은 ‘청춘 빛가람 데이’. 빛가람은 광주의 ‘빛’과 영산강을 뜻하는 ‘가람’을 합친 말로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나주)를 달리 부르는 말이다.
최씨는 이때 한국인터넷진흥원 대표로 장기자랑에 나선 이씨에게 다가가 명함을 건넸다고 한다. 두 사람은 이메일을 통해 교제 의사를 확인한 뒤 본격적으로 만나 결혼을 약속했다. 이씨는 “지방으로 혼자 이사해 살 일이 걱정이었는데 나주로 동반 이전하는 기관에서 일하는 신랑을 만나 다행”이라고 말했다. 최씨도 “주변에 이전 기관끼리의 짝을 적극 추천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운이 좋은 편이다. 대부분 공공기관의 미혼 남녀는 지방 이전에 따른 연애와 결혼 걱정이 태산이다. 한 공공기관의 미혼 여직원은 “서울에서는 영화관 등 여가시간을 보낼 장소가 많고 만날 사람도 많지만 지방에 혼자 가면 외로움을 더 느낄 것 같다”고 했다.
최근 결혼을 한 여직원 사이에서는 임신과 출산을 일부러 늦추는 일도 나타나고 있다. 경북 지역으로 이전하는 한 공사의 관계자는 “출산·육아휴직을 통해 지방 근무를 조금이라도 늦추겠다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남편이 수도권에 근무하는 여직원들의 지방 이전에 대한 거부감이 특히 크다는 후문이다.
권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