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혐의” 감찰 종결됐지만… 리더십 큰 상처 ‘예견된 사표’

입력 2013-11-11 18:06 수정 2013-11-11 00:31

조영곤(55) 서울중앙지검장이 11일 ‘무혐의’ 감찰 결과를 받아 들고도 검찰을 떠나기로 한 것은 사표 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마지막까지 “부당한 수사 외압이나 지시는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자진해서 물러나기로 하면서 스스로에게 지휘·감독 책임을 물었다.

검찰 안팎에서는 조 지검장이 감찰 결과가 나오는 대로 사표를 낼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지난달 21일 국정감사에서 특별수사팀장이던 윤석열(53) 여주지청장과 국정원 직원 체포·압수수색 과정을 놓고 공개 설전을 벌이면서 이미 리더십에 큰 상처가 난 터였다. 조 지검장은 생중계되는 TV 카메라 앞에서 끝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 다음 날 “나를 감찰해 달라”고 대검에 요청할 때 이미 사의를 굳힌 것으로 보인다.

대검은 감찰 착수 20일 만에 결과를 내놓으며 “조 지검장이 국정원 직원 영장의 보류를 지시한 것은 내용·법리 검토가 필요하고 절차를 소홀히 하면 안 된다는 취지였다. 비위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 지검장도 사직의 변에서 “법과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결코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럼에도 그가 취임 7개월 만에 퇴진을 결심한 것은 외압 논란이 불거져 수사 공정성이 의심받는 상황에서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을 계속 지휘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번 검찰 내분 사태의 주요 당사자인 본인은 제외되고 윤 지청장 등 부하 직원들만 징계 대상이 된 점도 부담이 됐다. 13일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의 짐을 덜어주겠다는 측면도 있다. 조 지검장은 “이 사건 지휘와 조직기강에 대한 모든 책임을 안고 떠나겠다”고 말했다.

조 지검장의 사의 표명에도 불구하고 대검 감찰의 불공정성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대검은 ‘수사팀에 대한 외압은 없었다’고 결론 냈지만, 외압의 실체에 대한 정밀조사 없이 “구체적 자료가 없다”고만 설명했다. 윤 지청장이 “(지난달 15일) 지검장 집을 방문해 영장 청구 사안을 보고하자, 조 지검장이 ‘야당 도와줄 일 있느냐’며 거절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대검은 “양쪽 진술이 엇갈린다”며 진위 여부를 판단하지 않았다. 두 사람에 대해 서면조사와 추가 전화조사만 한 뒤 수사팀의 독단적 행동에 대한 절차적 위반만 문제 삼은 것이다. 법무부 개입 의혹, 수사기밀 유출 의혹은 본격 조사가 진행되지도 않았다.

수사팀 징계와 조 지검장의 사의 표명에 대해 검사들은 “할 말이 없다” “안타깝다” 등 착잡한 심경을 보였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잘잘못을 떠나 양쪽 다 커다란 상처를 입었다”며 “지금은 검찰이 새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말했다.

지호일 정현수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