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권영종] 경전철 정상화, 방법 있다
입력 2013-11-11 17:57
‘혈세를 빨아먹는 경전철’이라는 용어가 신문 지면을 장식할 정도로 경전철이 사회문제화되고 있다. 하기야 약 1조3000억원의 투자비로 건설된 부산∼김해 경전철의 경우 향후 20년간 정부가 민간회사에 주어야 할 적자보전액이 2조2000억원에 이른다. 적자보전액이 건설비를 훨씬 웃도는 것으로 추정되면서 그 심각성이 잘 드러나고 있다. 용인과 의정부 경전철도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경전철 문제의 핵심은 이용 승객이 당초 예측치에 훨씬 못 미침에 따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민간회사의 적자를 최소운영수입 보장의 원칙에 따라 지자체가 보전해 주어야 한다는 데 있다. 똑같이 운영 적자를 내면서도 지하철과 달리 경전철이 사회문제화되는 것은 바로 수익을 목적으로 시작된 민간투자 사업의 적자를 국민 혈세로 보전해 주어야 하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경전철은 지하철과 버스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대중교통수단으로 1980년대부터 이미 세계 10여개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경전철은 지하철 대비 건설비가 40%, 운영비가 50%에 불과하고 소음, 진동이 적은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경전철이 국민의 혈세를 빨아먹는다는 오명을 씻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교통수단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도시에 적합한 교통수단인지를 면밀히 검토한 뒤 경전철을 건설해야 한다. 굳이 경전철이 필요 없는데도 불구하고 지자체장의 치적을 위해 무리하게 건설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존의 경전철이라는 특정 교통수단에 대한 정부의 직접 지원을 없애고 대중교통 전반의 개선을 유도하는 포괄지원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장기적인 운영 수지를 고려해 경전철을 건설해야 한다. 부산∼김해 경전철의 한 해 운영비는 300억원에 이른다. 막대한 규모의 건설비 외에 운영비는 지자체의 재정 부담으로 남게 된다. 따라서 건설 이자와 함께 운영비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지를 충분히 검토한 뒤 경전철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이미 착수한 경우 지자체에서 이를 어떻게 감당할지 분명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경전철 노선과 역을 중심으로 도시개발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사실 현재 경전철의 이용 수요가 예측치에 미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전철과 무관하게 도시개발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역에 가까울수록 이용을 많이 하고 멀어질수록 이용을 적게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제부터라도 경전철 역을 중심으로 도시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다각적인 방안을 강구하되 공공시설을 역 중심으로 배치하는 것을 우선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넷째, 경전철의 부대사업을 활성화해야 한다. 일본 등 외국에서도 운임수입만으로 경전철 운영비를 충당하지 못한다. 여러 부대사업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도 경전철 사업자가 역을 중심으로 역세권 개발사업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섯째, 사업 재구조화를 통해 민간사업자의 적자 보전을 위한 지자체의 재정 부담 규모를 줄여야 한다. 사업 재구조화는 기존의 최소운영수익보장 방식을 표준비용보조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즉 수요에 관계없이 실제 운영수입에서 표준운영비에 미달하는 금액만큼만 재정지원하는 방식이다.
끝으로 요금 인상과 함께 환급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요금 인상을 통해 민간사업자가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그동안 운영 회사에 지원해 주던 돈으로 이용자에게 직접 요금을 환급해줌으로써 이용을 활성화해야 한다. 경전철을 정상궤도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수익을 낼 수있는 방안을 보다 구체적으로 강구해야겠다.
권영종 (한국교통연구원 KTX경제권 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