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핵심 부품도 시험성적서 조작] ‘단순 품목 위임’ 제도 허점 악용 규격 부풀리고… 서류 날짜 조작
입력 2013-11-11 18:04 수정 2013-11-11 22:28
공인 시험성적서의 위·변조가 적발된 군 납품 품목은 피복·식재료부터 전차, 자주포, 헬기 등 핵심 무기체계에 쓰이는 부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군납 계약업체보다는 협력업체가 위·변조를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국방기술품질원이 핵심성능과 고위험도 제품 중심으로 군수품 품질관리를 수행하고,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위험도가 낮은 품목들은 계약업체에 위임하는 제도상의 허점을 악용했다. 시험성적서 위·변조는 일부 검사항목을 변경해 허위로 작성하거나, 과거에 발행한 성적서의 날짜를 조작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특히 군용 부품의 경도나 인장 강도가 기준에 미달하는데도 규격을 충족하는 것으로 성적서를 허위로 작성한 사례도 다수 적발돼 무기체계의 성능과 내구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손상된 전차를 구조해 정비하는 구난전차는 납품업체 3곳이 브래킷, U-볼트, 판 등의 부품을 공급하면서 무려 73건의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했다. 예를 들어 니켈(Ni) 함량이 8.02%로 나오자 규격(9.0∼13.0%)을 충족하는 9.32%로 위조했다. 우리 군의 핵심 무기체계인 K-9 자주포(사거리 40㎞)의 경우 납품업체 3곳이 차량걸쇠, 밀대, 절연판 등 13건의 시험성적서를 허위로 제출했다. 예를 들면 인장강도(N/㎟)가 규격 대비 20% 미달하는 11.0이나 성적서에는 13.8로 허위 기재했다.
국내 기술로 자체 개발한 기동헬기 수리온은 납품업체 2곳이 와이퍼조립체와 APU(보조동력장치)시동모터 등 3건의 시험성적서를 위·변조했다. 구리(Cu) 함량이 77.1로 나와 규격(78.0∼85.0)에 미달했으나 성적서에는 79.1로 작성됐다. 차량용 스페이서는 염수분무시험에 이상이 있었는데도 이상이 없다고 성적서에 기재됐다. 차량용 베어링과 기동장비 슈는 인장강도가 각각 323과 905로 측정됐으나 규격을 맞추기 위해 각각 445와 1085로 부풀렸다.
장병들이 소비하는 피복과 식재료의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사례도 무더기로 적발됐다. 공군 조종사용 가죽점퍼는 시험성적서상 가죽 두께(원자재)를 0.8→0.9로 위조했고, 사출식 전투화는 앞 덮개용 가죽과 허리쇠 등 원자재의 시험성적서가 발행되지 않았으나 허위로 작성해 제출했다.
기품원 관계자는 11일 “이들 업체는 공인시험기관이 발행한 시험성적서를 팩스로 기품원에 발송하면서 임의로 내용을 조작했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