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핵심 부품도 시험성적서 조작] 규격미달 베레모부터 ‘짝퉁’ 대공포까지… 비리 잇따라
입력 2013-11-11 18:03 수정 2013-11-11 22:28
군수품 납품비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민간 용품을 군수품으로 속여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납품하는 ‘원가 비리’에서부터 규격에 미달하는 육군 베레모 등 ‘장병 개인장구 비리’, 공군 주력전투기 F-16 등 주요 무기류 부품교체 비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2월 감사원은 육군과 계약한 납품업체가 규격미달인 베레모를 공급해 병사들이 쉽게 찢어지고 보풀이 생기는 베레모를 쓰게 했다며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또 같은 해 12월에는 방한용 내피(일명 깔깔이) 원단과 운동복, 전투복 등의 재료비를 최대 25%까지 부풀려 80여억원을 챙긴 피복 군납업자들이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들 업자 가운데 한 명은 국방부 출신이어서 ‘전관예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주요 무기류에 대한 납품비리도 많아 자칫 전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2011년에는 국내에서 만든 불량 대공포 부품을 수입 제품인 것처럼 속여 국방부에 납품한 업체가 검찰에 적발됐다. 이 업체는 1998년부터 2004년까지 불량 포 몸통을 홍콩과 미국으로 반출했다가 오리콘 대공포 제작회사인 스위스 콘트라베스가 만든 규격제품인 것처럼 꾸며 역수입한 뒤 국방부 조달본부(현 방위사업청) 경쟁입찰에서 다른 업체보다 싼 가격으로 계약을 성사시켰다. 오리콘 포는 수도권 방위를 위해 사용되는 대공포여서 ‘짝퉁 대공포’로 수도 방어를 하려 했다는 비난이 일었다.
또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모 업체가 21차례 F-16 전투기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정품 부품을 쓰지 않고 유사 부품을 사용한 경우도 있었다. 2009년에는 해군 링스 헬기의 부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모 업체가 폐부품을 마치 순정부품인 것처럼 속여 정비했던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 조사는 링스 헬기 1대가 서해상에서 추락한 뒤 이뤄진 것으로 불량부품 사용이 추락 원인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또 해군 함정의 주포 가운데 하나인 76㎜ 함포에 모조 부품이 들어간 경우도 있었다. 유사시 적 함대와 대치했을 때 모조 제품을 사용한 함포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한 군사장비 전문가는 11일 “무기류의 경우 정품부품을 사용하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전문지식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부실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며 “완벽한 서류를 제출했다고 해서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보다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