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숨어든 카드모집… “발급만 하면 그만” 불법 기승
입력 2013-11-11 17:50 수정 2013-11-11 22:26
최근 직장인이 된 A씨는 난생 처음 신용카드를 발급받기로 마음먹었다. 길거리에서 카드를 만들라고 권유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는데 막상 만들려고 하니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다. 고민하다 A씨는 자주 들어가는 인터넷 커뮤니티에 ‘어디서 신용카드를 발급할 수 있느냐’고 묻는 글을 올렸다. 잠시 뒤 댓글이 달리고 쪽지가 여러 통 날아왔다.
카드모집인이라 밝힌 사람들은 월 사용액에 따라 지원금을 준다며 전화번호를 남겼다. 그중 한 사람에게 전화해 카드를 신청하겠다고 하자 메일로 발급신청서가 도착했다. 신청서를 출력해 작성한 뒤 신분증과 함께 사진을 찍어 메일로 전송했다.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다음 날 카드사에서 전화로 신청서를 본인이 작성했는지 등을 물었다. 그리고 며칠 뒤 신용카드가 도착했다. 지원금도 통장에 입금됐다. 연회비 2만원짜리 카드를 만들고 A씨는 8만원을 받았다.
길거리나 마트, 백화점 등에서 주로 활동하던 카드모집인들이 영업장소를 인터넷으로 옮기고 있다. 신용카드 불법모집 근절을 이유로 금융당국이 지난해 처벌 강화와 함께 불법모집 신고 포상제를 운영하면서 일명 ‘카파라치’가 등장하자 벌금을 피하기 위해 인터넷으로 숨어든 것이다. 현행법은 인터넷을 통한 카드모집인의 영업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신청서 대필, 연회비의 10%가 넘는 경제적 이득 제공 등도 불법이다. 특히 대면하지 않고 모집이 이뤄지면서 카드모집인들이 연회비나 금리 등 거래조건에 대해 고객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일단 발급하고 보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카드사들은 카드 모집 행위의 관리·감독을 위해 절차를 충실히 지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모집인들이 신청서를 받아 영업점으로 오면 육안으로 모집인의 대필 여부를 살피고, 신청서 정보가 카드사로 넘어오면 심사팀에서 회원에게 전화해 본인이 기재한 것이 맞는지, 자필로 작성한 것인지를 확인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련 종사자들은 고객이 모집인과 말을 맞추기만 하면 이 같은 감독 방식으론 불법 행위를 걸러낼 수 없다고 지적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11일 “고객이 신청서를 썼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전화밖에 없다”며 “거래조건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면 피해를 볼 수 있으니 고객들도 온라인에서 불법적 방법으로 카드를 발급받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감독당국은 인터넷으로 숨어든 카드 영업 행태에 대해서도 모니터링 중이며 적발될 경우 관련 규정에 따라 처벌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김영기 상호여전감독국장은 “인터넷에서 개인 간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단속이 쉽지 않은 점이 있다”며 “불법 행위를 한 카드모집인 처벌은 물론 모집인에 대한 카드사의 교육이나 내부통제 등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행정적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다만 카드모집인 대부분이 생계형이다 보니 과잉처벌로 인해 규제의 역설이 발생할 수 있어 상황을 균형적으로 살피며 감독하기 위해 당국이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