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 ‘디지털 탈북’으로 붕괴될 수도

입력 2013-11-11 17:42 수정 2013-11-11 22:01

북한 김정은 정권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이제 총이 아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0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집권 이후 주민에 대한 정보 통제가 강화되고 있지만 이른바 ‘디지털 혁명’이 북한 정권을 붕괴시킬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 주민의 실상을 담은 ‘북한: 비밀 제국의 은밀한 삶’이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가 오는 14일 영국 채널4 TV를 통해 방영된다. 목숨을 걸고 비밀리에 찍은 북한 내부의 적나라한 모습이 외부 세계에 공개되는 것으로 ‘디지털 탈북’이라고 할 수 있다.

영상에는 버림받은 고아 소년이 시장을 전전하며 구걸하는 모습에서 고위층으로 추정되는 평양 사업가들이 식당에서 북한인들도 기본적인 권리를 가져야 한다는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지난 15년 동안 북한에서 활동 중인 ‘시민 기자’를 양성해 오고 있는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기자는 “북한에서는 일상을 촬영하는 일조차도 정치적 반역 행위로 간주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등 외부의 대중문화가 북한으로 유입되는 것도 북한 정권을 흔들고 있다. 북한 밖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들을 수 있는 라디오를 비롯해 영화와 드라마가 담긴 USB저장장치나 DVD 등이 북한으로 속속 밀반입되고 있다.

한 탈북자는 “라디오를 들을수록 우리가 지금까지 배워온 것이 거짓이고 그동안 속아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강 서던캘리포니아대(USC) 한국학연구소장은 “외부의 지식과 정보가 북한에 확산되기 시작했다”며 “이것은 중앙의 통제가 붕괴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북한 내부에서는 이미 김정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인디펜던트는 탈북자들을 인용, “북한 사람들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애가 어떻게 정권을 잡을 수 있느냐’는 말들을 하곤 한다”고 전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