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첨병서 내수 허브로… 변신하는 세계최대 도매시장 中 저장성 이우를 가다

입력 2013-11-11 17:44 수정 2013-11-11 22:18


중국 저장성 이우(義烏)에 사는 뤼닝팡(呂寧芳·여)씨는 우산 제조업자였다. 다른 이우 상인이 그렇듯 자신이 소유한 공장에서 우산을 만들어 한국에 주문자 상표부착 생산방식(OEM)으로 납품했었다.

중국 내 임금 상승으로 공장을 미얀마로 옮긴 상황에서 그는 납품 문제로 한국을 자주 오가다 우산 대신 다른 사업 아이템을 발견했다. 세련된 디자인의 한국산 의류가 30∼40대 중국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본 것. 그는 2011년 2월 이우시 정부가 마련한 도매시장인 국제상품무역성(國際商品貿易城)에서 본격적으로 한국 의류를 수입해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다.

지난달 25일 그의 매장 ‘한국고사(韓國故事)’를 찾았을 때에도 중국인 손님들이 계속 매장을 찾았다. 한국산 옷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이우는 물론이고 중국 전역에서 손님이 몰렸다.

최근에는 전국에서 온 30여명의 중국인 상인이 한국 직수입 의류 가맹점 개설을 요청할 정도다. 그는 올 하반기부터 아예 밥주걱 등 중국 주부가 좋아할 만한 한국산 주방용품을 본격적으로 수입해 팔기로 했다.

세계 최대 도매시장 도시인 이우가 변신을 꾀하고 있다. 2∼3년 전 불어닥친 유럽 발 금융위기와 중국경제의 ‘바오빠’(保八·국내총생산 8% 성장 사수) 붕괴 후 이곳을 기점으로 내수 진작의 바람이 부는 것이다. 성장률 둔화를 겪고 있는 중국이 이우를 통해 세계의 물품을 수입하고 발달된 물류망을 통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이우는 그동안 주로 액세서리나 지퍼, 완구 등 분야에서 세계의 소상품(小商品) 공급시장 역할을 해왔다. 황원시장 빈왕시장 등 종합시장과 61개 전문시장 등 도시 전체가 모두 이런 역할을 하는 시장이다.

실제로 국제상품무역성을 비롯해 도시 어디서나 한국을 비롯해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온 상인이 유창한 중국어로 중국인 상인과 가격 흥정을 벌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중동과 동남아를 포함해 지난해 215개국 41만7000여명의 외국 상인이 컨테이너 65만개 분량의 물건을 이곳에서 구매했다. 월마트와 까르푸 등 세계적인 유통회사들도 이곳에서 물건을 구입한다.

세계에서 판매되는 완구를 비롯한 50만 종류의 소상품 분류 중 40여만개를 이우에서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유엔과 세계은행은 2005년 8월 이우를 세계 최대의 생필품 도매시장으로 인정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소상품 수출 외에도 수입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바로 국제상품무역성이 그곳이다. 이우시 정부는 2011년 2월 5개동 470만㎡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의 국제상품무역성을 조성하고 한국을 비롯, 유럽과 아프리카 등 각국 물건을 수입하는 매장을 유치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우가 이렇듯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보다 지리적 이점을 빼놓을 수 없다. 저장성 성도인 항저우를 비롯해 상하이까지도 고속철이 연결돼 1∼2시간 안에 접근이 가능하다. 물류망 역시 촘촘하게 구성돼 중국 내 321개 도시에 1∼2일 내 물건을 배송할 수 있다.

끊임없는 혁신도 이우를 변모시키고 있다. 중국에서는 최초로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정한 품질경영 시스템인 ISO9001을 도입해 품질을 관리했다. 중국산 제품이 싸구려라는 이미지를 불식하기 위해 한국디자인진흥원 관계자를 초청해 디자인 강화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에는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전자상거래가 발달하면 연관 산업인 물류업도 발달하는 등 내수 진작을 위한 부수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인터넷 쇼핑몰 중 하나인 타오바오닷컴(淘寶網)에서 연간 50만건 이상 거래하는 판매자의 10분의 1이 이우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SK텔레콤도 기회를 노리고 있다. 면밀한 시장조사 끝에 지난 7월 이우에 진출한 SK텔레콤은 판매자와 중개상, 구매자를 연결하는 전자상거래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다. 박운본 SK텔레콤차이나 전자상거래사업부 부총경리는 “판매자-중개상-구매자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이를 바탕으로 중국 전역에 물품이 공급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재령 코트라 항저우무역관장은 11일 “이우는 현재 전 세계의 상품을 사고파는 곳으로 변화 중인 만큼 우리 기업도 이우와 같은 2∼3선 도시(중소도시)에 진출하는 게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우(저장성)=글·사진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