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美 양적 완화 이후 국제변동성에 대비해야

입력 2013-11-11 17:40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양적 완화를 축소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지난 3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를 웃도는 2.8%를 기록하고 고용률도 높아지는 등 경기지표가 호전되자 연준이 양적 완화 축소를 앞당길 것이란 시장의 불안감이 변동성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경기호전에 따른 양적 완화 축소가 한국에 악재가 되는 일종의 ‘유동성의 역설’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양적 완화 축소가 단행될 경우 미국 내 금리인상과 주가하락 등 금융시장의 악재는 결국 우리 금융시장은 물론 실물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특히 국내 유입된 외화자금이 대거 이탈할 위험성도 크다. 14일 예정된 재닛 옐런 연준 의장 지명자에 대한 의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시장이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옐런 지명자의 시각에 따라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성은 당분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코스피 지수는 지난주 54.55포인트 급락하며 2000 이하로 다시 주저앉았다. 지난 10월까지 두 달간 국내증시에 13조원이 유입된 외국인자금 중 5000억원 정도 빠져나갔을 뿐인데도 국내증시가 급락한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의 불안심리가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외국인 매도세는 일시적인 현상이지만 올 연말, 늦어도 내년 1분기 안에 미 정부가 양적 완화 정책을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심리적 불안감이 금융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우리 금융시장은 작은 자본이라도 쏠림현상이 심해 변동성이 매우 높다. 외환보유고는 10월말 현재 3432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비교적 안정권에 들어 있다. 하지만 미 재무부가 최근 환율보고서를 통해 원화 가치가 여전히 2∼8% 저평가돼 있고, 한국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한다고 지적한 대목은 우려스럽다. 달러 유동성은 충분하지만 지속적인 원화강세는 국내 실물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실제로 중소 수출기업들은 원화강세로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며 적자구조에 직면하고 있다. 원화가치가 10% 오르면 수출은 4.4%나 감소한다. 경상수지 흑자도 수출증가라기보다 원화강세로 인한 수입감소로 발생한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다.

연준의 양적 완화 축소와 원화 강세는 향후 금융당국에 두 가지 딜레마를 안겨준다. 양적 완화 축소 정책 시행 시 원화 강세는 다소 해소되겠지만 적정환율을 둘러싼 한미간 환율전쟁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양적 완화 축소로 인한 시장충격을 최소화하면서 국내기업들의 경쟁력을 유지할 적정환율 기준설정은 금융당국의 당면과제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에 대비해 급작스런 외화유출입에 대비하는 금융관리시스템을 다각도로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