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의 눈물 닦아줍시다” 태풍 ‘하이옌’ 피해 이재민 속출… 한국교회 긴급 구호 나서
입력 2013-11-11 17:34 수정 2013-11-12 10:15
필리핀을 향한 국내·외 기독교 구호단체들의 온정이 잇따르고 있다.
슈퍼 태풍 하이옌이 필리핀 중부 레이테주 타클로반시 일대를 강타하면서 피해가 속출하는 가운데 NGO를 중심으로 한 구호단체들이 속속 현장에 도착하고 있다.
11일 기독NGO 등에 따르면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회장 정정섭)은 태풍이 필리핀에 상륙한 지난 9일 사태파악을 위해 레이테섬 세인트버나드에서 활동하던 이진호 기아봉사단원을 타클로반 인근 현장에 급파했다. 이 단원은 “현지 피해 상황이 심각하다”며 “인근 지역에 다른 NGO가 없어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전해왔다.
기아대책은 긴급구호기금 5만 달러를 지급키로 결정하고 이날 오전 긴급구호팀 2명을 서울에서 필리핀 세부로 보냈다. 기아대책 관계자는 “유엔과 현지군의 협조를 얻어 현장을 확인하는 일이 급선무”라며 “필리핀 기아대책과 협력해 현지 긴급구호센터를 가동해 현장에 필요한 물품과 인력을 추가로 보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월드비전 필리핀본부는 이미 피해 현장에서 대규모 구호작업을 펼치고 있다. 이재민들이 머물 대피소를 마련하고 음식·담요·소독키트 등을 공급하는 한편 전 세계 월드비전을 통해 지원을 호소했다. 필리핀 월드비전 긴급구호팀의 아론 아스피씨는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상황이 너무 심각하다”며 “가장 큰 문제는 잿더미가 된 도로를 치우고, 전기를 복구하고, 여기저기 흩어진 채 고통당하는 사람들에게 식수를 제공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 월드비전은 “400만명으로 추정되는 태풍 피해자 중 절반에 가까운 170만 명이 어린 아이들로 파악되고 있다”면서 “한국에서 초기긴급구호 자금 10만 달러를 우선 지원하고 주민들을 돕기 위한 모금 활동을 전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지역에는 월드비전을 통해 결연을 맺은 어린이 3만여 명이 거주하고 있다. 국제월드비전은 총 600만 달러를 모금해 긴급구호를 실시하기로 했다.
한국교회도 지원채비를 갖추고 있다. 대표적인 연합구호기구인 한국교회희망봉사단을 비롯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교회연합, 예장통합총회 등 주요 교회연합기구 및 교단 등은 연합구호사역 방안을 논의 중이다.
현지 교회들도 태풍을 피해가지 못했다.
피해가 가장 큰 지역인 타클로반시 거리에는 교회 첨탑이 기울어 십자가가 위태롭게 걸려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현지교회와 기독교 단체들은 자체 피해를 복구할 겨를도 없이 이재민들을 돕고 생존자를 찾는 작업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현지에 하베스트교회를 설립한 인천 인광교회(예장합동)의 정재순 목사는 “현지 교회에 나오는 교인들은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로 판자로 만든 집에 살고 있었다”며 “교인들의 집이 태풍으로 거의 다 무너졌을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한편 태풍이 발생한 직후 연락이 두절됐던 한국인 선교사들이 무사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파송 교단 및 교회, 선교사 가족들은 안도했다. 예장 합동 소속으로 인광교회에서 파송한 박노헌 선교사와 가족을 비롯해 예장통합 소속의 김여종(45) 선교사도 안전하다는 연락이 이날 밤 늦게 전해졌다.
박 선교사 및 김 선교사 가정은 레이테 지역 등에서 각각 6년째 활동해왔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 등에 따르면 타클로반 지역에는 모두 7가정 20여명의 한국인 선교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국민일보는 필리핀 현지 피해 실태와 선교사들의 소식을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본보 종교부 김지방 차장과 사진부 구성찬 기자를 이날 현장으로 급파했다.
김지방 박재찬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