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 강공이 능사 아니다
입력 2013-11-11 17:52
국회 보이콧 기간 중 정국 정상화 적극 모색하길
민주당이 연일 강수를 두고 있다. 지난 8일 특검을 도입해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관련 의혹들을 규명하자면서 의사일정을 거부한 데 이어 11일부터 13일까지 감사원장과 보건복지부 장관·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제외한 모든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기로 했다. 지난 10일 서울시청 앞의 ‘천막당사’를 101일 만에 걷을 때만 해도 이제 국회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없지 않았으나 당분간 강공을 계속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민주당은 검찰의 편파성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검찰이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건을 수사 중인 윤석열 전 수사팀장을 배제시킨 뒤 감찰을 통해 윤 전 팀장에게만 중징계를 내린 것으로 볼 때 검찰의 향후 수사가 법에 따라 공평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다. “편파감찰에 의한 편파징계는 공정 수사와 공소유지를 포기시키려는 정권 차원의 공작”이라는 발언도 나왔다. 따라서 특검 도입은 물론 국정원 개혁특위를 국회에 설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검찰이 오해를 살 만한 일을 했다는 건 맞다. 국정원에 이어 군(軍) 등 다른 국가기관에서 여당의 대선 후보를 지원하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것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사건이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일 수는 없다. 국정원장은 이미 구속돼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 점 의혹이 없도록 사실대로 규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럼에도 또다시 국회를 보이콧한 것은 제1야당으로서 책임 있는 행동으로 보기 힘들다. 당 일각에서조차 지도부가 의원총회를 거치지도 않고 보이콧 카드를 불쑥 꺼내 든 것은 부적절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 견제는 야당의 당연한 책무다. 하지만 싸우더라도 국정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런 측면에서 민주당의 보이콧으로 11일부터 나흘간 가동될 예정이었던 국회 예산결산특위 결산소위가 열리지 못한 점은 우려스럽다. 이로 인해 새해 예산안을 연내에 처리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기초연금 도입과 부동산 관련 법안 등 민생현안 처리도 지연되고 있다. 더욱이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이 11개월째 지속되면서 국민들의 불신마저 커져가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을 제외한 야당과 무소속 안철수 의원,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12일 출범하는 ‘각계 연석회의’를 통해 2차 투쟁에 들어갈 예정이다. 외연은 다소 확대됐으나 연석회의 첫 모임에서 나올 선언문 내용은 특검 도입 등 민주당 주장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민주당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 있다. ‘안철수 신당’이 윤곽만 드러난 상황임에도 민주당보다 지지율이 높고, 민주당 지지율은 여전히 20% 안팎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의 강공에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과거 프레임을 고집하면 지지층을 결속시킬 순 있다. 하지만 수권정당으로 가는 길은 아니다. 국회 정상화를 적극 모색하고, 현 정부의 실정을 바로잡아 서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대안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