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필리핀 재난 극복에 지구촌 동참해야

입력 2013-11-11 17:34

강력한 태풍 ‘하이옌’이 8일과 9일 무차별로 할퀴고 간 필리핀 중부 지역의 참상은 상상을 초월한다. 태풍이 상륙한 타클로반시에서만 사망자가 1만여명을 훨씬 넘는 데다 수습되지 못한 시신이 물 위에 떠다니는 등 흡사 죽음의 도시를 방불케 한다. 대자연의 횡포 앞에서 공포와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 지역 주민들에게 안타까운 마음과 위로를 전한다.

적지 않은 숫자의 우리 교민들도 피해지역 주변에서 연락이 끊겼다고 하니 당국은 하루빨리 적절한 조치를 취했으면 한다. 아울러 정부는 보편적 인류애 발휘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필리핀은 6·25 참전 혈맹이자 동남아시아의 핵심 우방일 뿐 아니라 우리 다문화 가정의 주요 구성원이기도 하다.

타클로반이 이처럼 하이옌의 직격탄을 맞은 원인은 저지대 해안도시인 데다 필리핀 정부가 태풍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다. 당초 필리핀 정부는 침수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80만명의 주민을 사전 대피시켰지만 풍속을 실제 속도보다 훨씬 느린 시속 270㎞로 잘못 예상해 피해를 키웠다. 여기에다 웬만한 빌딩 높이와 비슷한 4∼8m의 해일이 도시 전체를 덮치니 인간의 힘으로는 어찌 할 수 없는 대재앙을 입고 말았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또 다른 태풍 ‘소라이다’가 필리핀 중남부 지역으로 접근하면서 이번에 피해를 입은 지역을 따라 올라오고 있어 복구 작업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사실이다. 이미 민다나오 북동부 일대 7개 주에 주의보가 발령돼 주민들이 또 다시 공포에 떨고 있다고 한다. 불행은 한꺼번에 온다는 영어 속담이 여기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필리핀의 참혹한 사태는 대재앙의 가공할 위력과 무자비함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는 교훈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끼게 한다. 이럴 때일수록 국제사회의 도움이 재난 극복에 큰 힘이 된다. 문명국가로 자부한다면 다른 나라의 불행 극복에 기꺼이 동참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이 도리이기도 하다. 필리핀 국민들이 이번 피해를 신속히 수습한 뒤 시련을 극복하고 다시 한번 도약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