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라스칼라 관객 매료시킨 남녀 주역… 환상적인 파트너 첫 내한 ‘리골레토’
입력 2013-11-11 17:05 수정 2013-11-11 19:03
돌아온 ‘오페라의 계절’ 클래식의 감동에 젖는다
오페라의 계절이 돌아왔다. 오페라는 16세기 말 이탈리아 음악극의 흐름을 따르면서 작품 전체가 작곡돼 있어야 한다. 모든 대사가 노래로 표현되는 가극(歌劇)이다. 대사와 노래, 춤이 섞인 뮤지컬만큼 대중적인 무대는 아니지만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가세로 클래식의 묘미를 선사하는 장르이기도 하다. 운명적인 삶의 파노라마를 극적으로 담은 작품이 많아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가을 시즌에 잘 어울린다. 11월에 열리는 오페라 3편을 소개한다.
지난해 11월 6일 이탈리아 밀라노의 라스칼라 극장. 오페라의 종가(宗家)인 이 극장에서 공연되는 ‘리골레토’의 오프닝 무대가 시작됐다.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자신의 눈과 귀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성악가에게 언제라도 갖가지 야유와 계란 세례를 퍼붓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체 3막 가운데 2막 무대에 육중한 체구의 바리톤과 아담한 모습의 소프라노가 등장했다.
주인공 리골레토와 질다의 첫 번째 듀엣 ‘내 딸아’ ‘나의 아버지’가 울려 퍼졌다. 첫사랑을 꿈꾸다 비극의 운명을 걷게 되는 질다가 섬세한 테크닉으로 ‘그리운 그 이름’을 부르고, 겁탈당한 딸 질다의 복수를 다짐한 리골레토가 ‘그래, 복수다’를 들려주었다. 남녀 주역을 맡은 바리톤 조지 가닛제와 소프라노 엘레나 모스크의 환상적인 호흡에 객석에서는 연신 “브라보” “앙코르”가 터져 나왔다.
라스칼라 극장은 획기적인 성공을 거둔 ‘리골레토’를 동일한 캐스팅으로 지난 9월 일본 도쿄에 이어 서울에서도 무대를 올린다. 국내 민간 오페라단인 수지오페라단(단장 박수지)의 송년오페라 초청 무대로 22∼23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연다. 전 세계가 인정한 환상적인 파트너 가닛제와 모스크의 첫 내한 공연이다.
원작은 빅토르 위고의 희곡 ‘환락의 왕’으로 프랑스 왕의 비도적적인 생활을 묘사해 왕권을 비하했다는 이유로 초연 하루 만에 상연이 금지됐다. 이 때문에 배경을 프랑스에서 이탈리아로 옮기고 프랑스 왕을 이탈리아 공작으로 바꿨다. 1851년 베네치아 페니체 극장에서 초연된 ‘리골레토’는 드라마와 음악적 구성이 뛰어난 베르디 오페라의 걸작이다.
스토리는 리골레토와 질다 부녀, 여자를 쫓아다니는 호색한 만토바 공작 등 세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를 통해 퇴폐와 향락이 만연한 19세기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르네상스 회화에서 영감을 얻은 고전의상 등 오페라 본고장 무대를 선사한다. 관람료 3만∼25만원(02-542-0350).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