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시의 비극적 사랑, 프랑스 오페라 진수…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카르멘’
입력 2013-11-11 17:04 수정 2013-11-11 19:03
돌아온 ‘오페라의 계절’ 클래식의 감동에 젖는다
오페라의 계절이 돌아왔다. 오페라는 16세기 말 이탈리아 음악극의 흐름을 따르면서 작품 전체가 작곡돼 있어야 한다. 모든 대사가 노래로 표현되는 가극(歌劇)이다. 대사와 노래, 춤이 섞인 뮤지컬만큼 대중적인 무대는 아니지만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가세로 클래식의 묘미를 선사하는 장르이기도 하다. 운명적인 삶의 파노라마를 극적으로 담은 작품이 많아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가을 시즌에 잘 어울린다. 11월에 열리는 오페라 3편을 소개한다.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사랑하는 오페라는? 국립오페라단(단장 김의준)이 지난해 창단 50주년 기념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카르멘’이 선정됐다. 프랑스 작곡가 조르주 비제(1838∼1875)가 1875년 파리 오페라 코미크극장에서 초연한 ‘카르멘’은 자유를 갈망하는 집시의 비극적인 사랑이 줄거리다. 21∼23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지난해 전석매진에 이어 다시 한번 무대를 올린다.
19세기 스페인 세비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카르멘’은 화려한 색채감의 오케스트라 선율과 이국적인 느낌의 리듬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카르멘이 무뚝뚝한 하사관 돈 호세를 유혹하며 부르는 ‘하바네라-사랑은 들새와 같아’를 비롯해 ‘집시의 노래’ ‘투우사의 노래’, 호세가 카르멘에게 호소하듯 부르는 ‘꽃노래’ ‘미카엘라의 아리아’ 등을 통해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전한다.
주무대인 원형 투우장을 강렬하고 대조적인 색채로 꾸몄다. 프랑스 최고 권위의 레지옹도뇌르 훈장을 받은 관록의 연출가 폴 에밀 푸흐니가 연출했다. 국제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러시아 국립교향악단에서 외국인으로는 처음 부지휘자로 발탁된 박태영이 지휘봉을 잡아 집시의 열정적인 선율과 리듬을 선사한다.
200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오페라에서 ‘카르멘’으로 데뷔한 후 “이 시대 가장 매혹적인 카르멘”으로 평가받는 메조소프라노 케이트 올드리치가 팜므파탈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그녀와 호흡을 맞추는 호세는 테너 김재형이 맡는다. 2006년 독일 도이체오퍼 베를린에서 ‘카르멘’의 호세 역으로 데뷔한 그는 “가장 이상적인 돈 호세”라는 극찬을 받았다.
2009년 대한민국 오페라대상 신인상을 수상한 메조소프라노 백재은과 2004년 정명훈이 지휘한 일본 도쿄 신국립극장의 ‘카르멘’ 무대에서 호세 역으로 데뷔한 테너 정의근도 각각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감각적인 무대장치와 감성적인 드라마로 무장한 프랑스 오페라의 진수를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관람료 1만∼12만원(02-586-5284).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