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 유대인의 드라마틱한 시련과 복수… 베르디 탄생 200주년 기념 ‘나부코’
입력 2013-11-11 17:04 수정 2013-11-11 19:03
돌아온 ‘오페라의 계절’ 클래식의 감동에 젖는다
오페라의 계절이 돌아왔다. 오페라는 16세기 말 이탈리아 음악극의 흐름을 따르면서 작품 전체가 작곡돼 있어야 한다. 모든 대사가 노래로 표현되는 가극(歌劇)이다. 대사와 노래, 춤이 섞인 뮤지컬만큼 대중적인 무대는 아니지만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의 가세로 클래식의 묘미를 선사하는 장르이기도 하다. 운명적인 삶의 파노라마를 극적으로 담은 작품이 많아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정리하는 가을 시즌에 잘 어울린다. 11월에 열리는 오페라 3편을 소개한다.
올해는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1813∼1901)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다. 베르디는 ‘춘희’ ‘리골레토’ ‘아이다’ 등 주옥같은 오페라 음악을 작곡했다. 1842년 밀라노 라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된 ‘나부코’는 베르디의 초기 작품으로 그를 성공의 길로 이끌었다. 베르디가 사망했을 때 지휘자 토스카니니(1867∼1957)가 그의 장례식장에서 이 곡을 레퀴엠(진혼곡)으로 영전에 바치기도 했다.
국내외 유명 오페라를 올리고 있는 솔오페라단(단장 이소영)은 15∼17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나부코’를 선보인다. 이탈리아 북부의 작은 도시 모데나에 있는 루치아노 파바로티 시립극장 프로덕션의 내한 공연을 갖는다. 1841년 개관한 모데나 시립극장은 이곳 출신 세계적인 테너 파바로티가 2007년 숨지자 그를 기리고자 극장 이름을 바꾸었다.
‘나부코’는 유명한 아리아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등 합창곡이 많아 ‘합창 오페라’로 불린다. 구약 성서를 기초로 바빌론의 왕 나부코에게 잡혀간 히브리 유대인들의 시련과 복수, 사랑과 용서를 다뤘다. 노예에게서 태어난 나부코의 딸 아비가일레가 권좌에 대한 야망을 불태우고, 히브리왕의 조카 이즈마엘레와 나부코의 둘째딸 페네나가 사랑에 빠져드는 줄거리가 드라마틱하다.
연출은 2011년 ‘나비부인’으로 한국에 이름을 알린 연출가 잔도메니코 바카리가 맡았다. 그는 최근 간담회에서 “드라마의 감동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웅장한 무대가 필수적”이라며 “파바로티 시립극장의 무대와 의상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어 “황금색과 붉은색의 대비를 통해 종교와 성격이 다른 두 나라가 어떻게 통합되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인공 나부코 역에는 이탈리아의 ‘국민 바리톤’ 파올로 코니(15·17일 공연)와 실력파 바리톤 최종우(16일)가 맡는다. 다양한 베르디 작품 가운데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무대다. 관람료 5만∼28만원(1544-9373).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