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의 폐활량으로 뛰고 또 뛰었다… NYT ‘한국판 포레스트 검프’ 심재덕씨 스토리 소개

입력 2013-11-10 19:12


‘레이스의 시작은 늦었지만 결승선까지는 아직 멀었다.’

뉴욕타임스(NYT)가 마라톤 풀코스를 210차례나 완주한 심재덕(45·사진·대우조선해양)씨를 소개한 기사의 제목이다. NYT는 9일자(현지시간) 6면에서 ‘한국의 포레스트 검프’라는 별명을 가진 심씨의 이야기를 상세하게 다뤘다.

우선 심씨가 마라톤을 시작한 지 12년째인 2006년 5월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열린 100마일(약 160㎞) 산악마라톤 대회의 우승 기록(17시간40분45초)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영어라고는 ‘물, 물’ ‘고맙다’는 말 외에는 전혀 못 하는 무명의 심씨가 우승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당시 심씨는 항공료를 절약하기 위해 직항 대신 일본 도쿄와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경유해 미국에 도착한 뒤 이틀 뒤 대회에 출전했다.

NYT는 심씨가 마라톤에 입문하게 된 계기도 설명했다. 심씨는 사실 마라톤이 거의 불가능한 호흡기 질환자다. 2003년 측정했을 때 폐활량은 일반인의 69.5%에 불과해 항상 입을 벌리고 생활해 왔다. 수술을 받으라는 의사의 권고를 뿌리치고 1993년부터 기관지확장증을 치료하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뛰기만 하면 코피를 쏟고 가슴이 터질 정도로 정상인보다 몸 상태가 나빴지만 1995년부터 마라톤에 출전한 이후 지금까지 모두 210차례나 완주했다. 이 가운데 42.195㎞ 풀코스를 3시간 이내에 완주하는 ‘서브-3’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단 세 차례에 불과하다. 그는 마라톤을 시작한 지 14년 뒤인 2009년 서브-3 100회를 달성했고 이후 불과 4년 만에 추가로 100회를 더 채웠다.

지금은 폐활량도 정상 수준으로 많아졌지만 후각은 아직 되살아나지 않았다. 그는 후각을 거의 상실해 마라톤 대회 당일에는 주변 선수들에게 자신이 싸온 음식이 상했는지를 매번 물어보곤 한다.

NYT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고 손기정옹이 마라톤 금메달을 따낸 것은 아직도 한국인의 자랑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마라톤 선수층이 얇아 마라톤 약체인 한국은 황영조 선수가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따냈다고 전했다.

맹경환 기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