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배병우] 교외 거주 美 노인들 “이젠 도심으로”

입력 2013-11-10 18:22


도시 근교의 자연친화적 환경에서 단독 주택을 소유하고 사는 것은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의 주요한 부분이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자가용의 대중화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재임시 본격화된 주간(interstate)고속도로 등 도로망의 정비로 미국에서 1950년대 이래 중심도시에서 교외지역으로 인구가 이동하는 교외화(surburbanization)가 뚜렷해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도심으로 거주지를 다시 이전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6년에서 1964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을 가리키는 ‘베이비 부머(baby boomer)’이다. 올해 현재 49세에서 67세까지 연령대로 은퇴를 앞뒀거나 은퇴한 고령자층이다. 미국의 베이비 부머는 2008년 현재 7700만명에 달한다.

버지니아주 알링턴카운티의 중소도시 클라렌든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로버트 솔리모시(67) 부부는 얼마 전 23년간의 전원도시 생활을 청산했다. 성장한 자식들은 독립해 교육환경을 따질 필요가 없어졌다. 숲속에 자리 잡은 큰 저택을 관리하는 것도 고통이었다. 자동차 없이는 어떤 편의시설에도 접근할 수 없는 점도 갈수록 마음에 걸렸다.

솔리모시씨는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도시로 이사 온 후 정말 잘한 선택이었음을 깨닫고 있다”며 “쇼핑센터와 영화관, 식당, 지하철역이 인근에 있고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이들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솔리모시씨와 같은 경우가 전국적인 현상이 아닐지 모르지만 워싱턴DC 인근 등 일부 지역에서 분명히 ‘작은 추세’가 되고 있다는 게 WP의 분석이다.

온라인 부동산중개회사인 레드핀에 따르면 2000∼2010년 도심 8㎞ 이내 지역으로 이주한 베이비부머는 100만명에 달한다. 미국은퇴자협회(AARP)의 2010년 조사에서도 현재 주거지역에서 그대로 살겠다는 고령층의 비율이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지워싱턴대학 경영대학원의 크리스 라인버그 교수는 “미국에서 도심으로의 역이주는 21세기 초반의 가장 광범위한 사회적 추세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