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태풍 ‘하이옌’ 필리핀 강타… 순간 시속 378㎞ 강풍 해일 덮쳐 쓰나미같은 피해

입력 2013-11-10 18:18 수정 2013-11-10 23:05


슈퍼태풍 ‘하이옌’이 9일(현지시간) 필리핀 중부를 강타하면서 레이테주에서만 최소 1만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사망·실종자가 1만25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인도양에서 발생한 쓰나미(지진해일)와 같은 대규모 인명피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즉각 구호활동에 나섰다.

◇‘죽음의 도시’로 변한 타클로반=타클로반을 9일 강타한 하이옌은 엄청난 상처를 남겼다. 순간최대 시속 379㎞의 강풍을 동반해 타클로반의 70~80%는 폐허로 변했다. 돌풍에 뿌리째 뽑힌 나무가 곳곳에 있고 일부 지역은 물이 빠지지 않아 시신이 떠다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현지 병원에는 의약품 부족으로 환자가 제때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 공항에 임시 시신 안치소가 마련됐지만 수용 공간도 부족한 상황이다.

죽음의 도시로 변한 상황에서 위성전화를 제외한 모든 통신수단이 두절됐다. 인구 20만명의 타클로반에서만 사망자가 1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 동안 외부와 연락이 끊기고 생필품이 턱없이 부족한 탓에 일부 주민이 지역 상점에 들어가 물건을 훔치거나 은행 자동현금인출기(ATM)를 부수고 돈을 빼가는 장면도 목격되고 있다. 마누엘 로하스 내무장관은 “헬리콥터 위에서 보면 엄청난 피해 규모를 알 수 있다”며 “해안에서 1㎞ 내륙으로 이동하게 되면 서 있는 건물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레이테주를 비롯해 알바이 등 36개 주에서 428만명이 피해를 입었다. 7개주에서는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으며 34만2000명이 대피한 것으로 집계됐다.

위력이 약해진 하이옌은 당초 베트남 중부 다낭 등으로 향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방향을 바꿔 북부지역을 위협했다. 베트남 기상 당국은 수도 하노이 등 북부지역에 최고 300㎜의 폭우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피해지역에 대한 구호활동도 본격화됐다. 필리핀 군 당국은 1만5000여명의 병력과 C-130 수송기 등을 동원해 피해지역에 구호물자를 실어 날랐다. 미국 국방부는 해·공군 장비와 인력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구호자금 49만 달러를 필리핀에 전달했다.

◇피해 왜 컸나=하이옌은 사마르 지역을 관통할 당시 순간 최대풍속이 시속 275㎞에 달할 것으로 필리핀 기상 당국은 예측했다. 하지만 미국 합동태풍경보센터(JTWC)는 하이옌의 순간 최대풍속이 시속 379㎞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는 1969년 미국 미시시피를 강타한 초대형 허리케인 ‘카밀(Camille)’의 당시 최대 기록인 304㎞를 훨씬 웃도는 것이었다. 기상 관측 사상 가장 강력한 태풍인 것이다. 실제로 상당수 이재민들이 대피한 대피소마저 강력한 돌풍에 무너지기도 했다.

여기에 폭풍해일 역시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된다. 저지대 해안도시인 타클로반에 높이 3m의 폭풍해일이 일면서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필리핀 언론은 “바다가 타클로반을 삼켰다”면서 “폭풍해일이 마치 쓰나미와 같았다”고 말했다. 유엔 관계자는 22만명이 희생된 2004년 인도양 쓰나미 사건과 비슷한 피해가 발생했다며 인명피해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