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노동계 막오른 冬鬪, 사실상 반정부 투쟁- 정부는 냉담… 벼랑끝 대치 예고
입력 2013-11-11 04:58
노동계에 동투(冬鬪) 바람이 불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전국교원노동조합(전교조)과 전국공무원노조(전공노)를 법외노조로 만든 정부의 조치가 국면전환을 위한 진보진영 때리기라고 보고 반(反)정부 투쟁에 나선 것이다. 정부는 사실상 대화 의지를 나타내지 않고 있어 ‘노-정 갈등’은 쉽사리 봉합되지 않을 전망이다.
◇노동계 대규모 집회=민주노총은 10일 서울 태평로 서울광장에서 ‘2013년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최저임금 현실화와 비정규직 철폐 등 노동 환경 개선을 촉구했다. 이번 집회는 오는 13일 전태일 열사 서거 43주년을 앞두고 열렸다. 전국적으로 경찰 추산 1만6000여명(민주노총 추산 2만여명)이 참석했다. 민주노총은 집회에서 전교조·전공노 탄압 중단, 철도 민영화 등 민영화 정책 반대, 기초연금 공약 이행, 쌍용자동차 등 해고자 복직, 정리해고법 개정 등을 주장했다. 이날 집회에는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 등 통진당 당원들도 참가해 정부의 정당해산 심판 청구를 규탄하는 유인물을 배포했다. 민주노총은 서울광장 집회에 앞서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울 종로·강남·서초구 등지에서 250∼4000명 규모의 개별 사전 집회를 열었다. 정오에는 전교조 회원 200여명이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에 반발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한국노총도 오는 16일 조합원 5만명이 참가하는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국노총은 노조법 개정안, 근로기준법 등 주요 법안의 본회의 상정 및 관철을 목표로 대국회 압박에 나설 계획이다. 노조법 개정은 건설기계 종사자,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 형태 근로자를 노동자로 인정해 노조 가입 대상에 포함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 정리해고 요건 강화 및 남용 방지, 통상임금 법제화 등이 근로기준법 개정안에 반영되도록 한다는 목표다. 최저임금 현실화, 비정규직 감축 및 실질적인 차별 해소에 관한 내용도 담기로 했다.
◇노·정 관계 벼랑 끝 예고=양대 노총이 노동자대회를 통해 내건 가장 큰 이슈는 비정규직(차별) 철폐와 대선공약 이행 등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정부가 전교조와 전공노를 법외노조로 만들며 의도적으로 대결 국면을 조성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정권 출범 직후 조성되던 화해 무드를 정부가 먼저 깨뜨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 장관이 민주노총을 방문하고 전공노에 대한 노조설립 신고를 받아주기로 실무선에서 약속하는 등 화해 분위가 조성되는 것이 목격되기도 했다. 그러나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정황이 속속 드러나자 정부가 국면 전환을 위해 진보진영 때리기에 나섰다는 게 노동계의 판단이다. 민주노총은 부정선거 의혹 규탄 촛불대회, 각계각층의 시국선언 및 규탄 움직임을 결집해 다음달 7일 대규모 시국대회를 추진하겠다고 예고했다. 사실상 반정권 투쟁 국면에 돌입한 것이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이날 “전교조를 ‘노조 아님’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박근혜씨를 ‘대통령 아님’이라고 통보한다”며 “민주노총 설립 신고증을 찢어버리겠다. 이것은 박근혜정권을 독재정권으로 규정하고 투쟁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자신들의 핵심 동력인 전교조와 전공노를 고사시키려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통상임금, 장시간 근로관행 개선, 고용률 70% 달성, 60세 정년 조기 정착 등 산적한 고용·노동 현안을 풀기 위해선 노·사·정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완만한 경기 회복세가 지속되기 위해서도 노·정 갈등은 피해야 한다.
그러나 당분간은 정부가 노동계와 대화에 나설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전교조에 한 달 기간을 주고 ‘최후통첩’을 한 뒤 전교조가 해직자의 조합원 신분을 그대로 유지하자 즉각 법외노조 지정을 통보했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과도한 조치라는 여야 의원들의 우려가 잇따랐지만 방하남 노동부 장관은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규약의 문제”라며 “정부는 해직자 9명의 영향력 등이 아닌 해직자가 조합원이 될 수 있는 전교조의 조항을 이유로 법외노조를 지정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안전행정부는 전공노 압수수색과 관련, “수사 결과에 따라 판단하겠다”며 실제로 혐의 사실이 확인되면 징계를 포함해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동부 관계자는 “사실상 노·사·정 대화는 당분간 전면 중단됐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
박근혜정부는 대화와 상생의 노사문화 구축을 통한 노사관계 안정 및 일자리 창출 지원을 국정과제로 내걸었다. 그러나 범국민적 참여와 역량 결집을 통해 경제사회 전반의 이슈를 포괄하는 사회적 대타협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은 상당 기간 동결될 것으로 보인다.
선정수 정부경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