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1마리 사들이면 연 60% 고수익” 서민 등친 2400억대 투자사기단 덜미
입력 2013-11-10 18:10
‘500만원만 투자하면 새끼 20마리를 낳는 모돈(母豚·엄마돼지)을 배정해 준다. 새끼를 내다 팔면 연 60% 수익을 낼 수 있다.’
주부 A씨는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양돈업체 상담사의 제안을 듣고 돼지 12마리에 6000만원을 투자했다. 직접 농장을 방문해 투자자 이름표가 붙은 엄마돼지들을 확인하고 난 뒤 내린 결정이었다. 자기 몫으로 확보된 돼지는 실제 절반도 되지 않고 그마저도 대부분 금융권에 담보로 잡혀 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검찰 수사 결과 이는 국내 3위 양돈업체 B사와 유사수신 상담사 조직, 금융브로커가 연루된 2400억원대 투자사기 사건임이 밝혀졌다. 이들은 조직적으로 상담 조직을 운영해 1만여명의 서민들을 상대로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를 유도했다. B사는 투자금을 받아 먼저 투자한 이들에 대한 수익금을 지급하고, 남는 투자금은 브로커를 통해 저축은행 등에서 대출받은 860억원을 변제하는 데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돼지들이 담보로 잡혔다. 이른바 ‘폭탄 돌리기’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현혹시킨 셈이다. 서울중앙지검 서민생활침해사범 합동수사부(주무부장 윤장석 형사4부장)는 10일 B사 대표 등 관련자 13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 출범한 합동수사부는 8개월여간의 수사 결과 이 같은 불법유사수신 사기 사건 외에도 불법 사금융, 보험사기, 보이스피싱 등 서민생활을 위협하는 범죄 126건을 단속, 351명을 기소했다. 죄질이 나쁜 45명은 구속 기소했다. 무등록 대부업체 등이 연루된 범죄 68건은 관할 세무서에 통보해 과세정보로 사용토록 했다.
검찰은 기소한 이들 중에는 나스닥 상장이 유망한 ‘말레이시아 페이스북’ 업체의 SNS 광고권 판매를 빙자해 1000여명으로부터 70억원을 모아 가로챈 5명도 포함됐다. 검찰 관계자는 “터무니없는 고수익을 보장하는 경우에는 의심이 필수”라며 “본인에게 통장을 요구하는 업체는 정상적 대부기관이 아니라 범죄 연루 조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