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더 꼬인 ‘정국 실타래’에 속앓이
입력 2013-11-11 04:58
청와대는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야당이 쏟아내는 각종 비난에 공식적으로는 무대응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겨냥하는 발언들의 수위가 높아지고 건건이 ‘민주주의 회복’을 명분으로 내세우자 내부적으로는 극심한 모멸감을 느끼는 기류가 감지된다.
서유럽 순방을 마친 박 대통령은 10일 이른 아침부터 하루 종일 경제·안보 관련 보고를 받고 밀린 결재를 처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개일정은 없었지만 민생과 직결된 사안들을 챙기느라 귀국 후 숨 돌릴 틈도 없었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런 와중에 순방 전보다 더 악화된 국내 정치상황에 맞닥뜨리게 되자 청와대는 겉으로 내색은 못 하고 속으로 화를 삭이는 모습이다. 특히 박 대통령과 현 정권을 비방하면서 ‘박근혜씨’ ‘파시즘’ 등의 단어까지 공공연하게 등장하자 경악하는 분위기다.
일단 청와대는 야당이 전면에 내세우는 민주주의 어젠다에 대해서도 현격한 인식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야당은 꾸준히 박 대통령을 지목하면서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가 민주주의’라고 주장하지만 청와대는 여당과 야당 간 대화로 정국을 푸는 것이 민주주의 정신에 맞는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여당을 배제하고 ‘대통령 대(對) 야당’ 구도로 정국을 끌고 가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문제는 박 대통령 앞에 놓인 ‘잔뜩 꼬인 실타래’가 연말 집권 1년차를 마무리하고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시점에 결국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순방 직후마다 국정수행 지지율을 끌어올렸던 대통령이었지만 올해에는 더 이상 잡혀 있는 순방 일정도 없다. ‘좋은 시절은 끝났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험로에 놓인 박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18일로 예정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이 계획대로 진행될지도 관심이다. 민주당 김관영 수석대변인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11일 당 최고위원·중진의원 회의에서 주말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통령 시정연설 등 향후 의사일정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시정연설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주장과 그럴 경우 예산안 지연 처리, 국회 파행의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우려가 함께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은 “대통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내년도 예산안과 기금운영 계획에 대해 설명하는 자리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은 한마디로 막가자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성열 권지혜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