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넘어 미래한국으로] ‘獨통일 아버지’ 브란트의 화해·교류 정신을 배우자

입력 2013-11-10 17:56

2013년 10월 말 독일의 수도 베를린. 통일의 감격이 온 도시를 휘감았던 때로부터 23년이 흘렀지만 이곳은 여전히 ‘독일 통일의 아버지’ 빌리 브란트 전 총리를 추모하는 열기로 가득했다. ‘화해와 교류’라는 그의 통일·외교 정책인 ‘동방정책(Ostpolitik)’이 정권이 바뀌어도 계승되면서 마침내 조국 통일을 이뤘다는 존경심의 발로였다. 정권을 초월한 그의 정책에 아직도 절대적인 국민적 신뢰가 깔려 있음을 방증했다.

10월 마지막 주에만 베를린 시내에서 브란트를 주제로 한 토론회와 도서출판회가 3개나 개최됐다. 때마침 올해 12월 18일은 그의 탄생 100주년이다. 많은 세미나와 기념회 중에서도 지난달 31일 동맹국 박물관에서 열린 ‘빌리 브란트의 삶, 만화 출간회 및 토론회’는 인상적이었다. 빌리 브란트 재단이 마련한 이 행사에는 베를린 시민 수백명이 참석했다. 오후 6시30분부터 시작돼 쉬는 시간 없이 3시간 정도 이어진 토론회에서 청중 대부분은 브란트의 삶과 정신에 귀를 기울였다.

먼저 브란트의 삶을 그린 만화 두 권이 소개됐다. 만화 ‘빌리 브란트, 그의 일생’의 저자 하이너 륀슈테트씨가 책 속에 그려진 브란트 전 총리의 삶을 이야기했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과 노르웨이 망명, 서베를린 시장을 거치며 브란트는 자신의 동방정책을 구체화했다고 륀슈테트씨는 설명했다. 그는 “브란트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폐허가 되고 둘로 쪼개진 베를린이 냉전의 중심이 됐음을 알았고, 서베를린 시장으로 있으면서 자신이 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 알았다”고 소개했다.

다음으로 소설과 만화의 중간 형태인 그래픽노블 ‘빌리 브란트, 만화 전기’의 저자 안스가 로렌츠씨의 발표가 이어졌다. 그는“독일 통일의 토대가 된 동방정책은 ‘평화와 이해정책’”이라고 설명했다. 또 평화와 상대방을 이해하는 그의 마음은 오늘날 전 세계의 갈등과 분쟁을 없애는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열린 토론회는 브란트의 정신을 어떻게 독일의 젊은 세대들에게 쉽게 이해시킬 수 있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헬가 그레빙 전 괴팅겐대 교수는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을 통해 젊은층이 브란트의 정신을 좀 더 많이 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를린=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