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銀 도쿄지점, 비자금 20억 조성 정황”
입력 2013-11-10 17:52 수정 2013-11-11 10:03
KB국민은행이 수십억원의 불법 자금을 유통시킨 정황이 금융 당국에 포착됐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국민은행 전 도쿄지점장이 대출을 해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챙기고 이를 국내로 빼돌린 정황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렇게 흘러온 돈이 2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자금 흐름을 보는 중 이상한 부분이 있어 조사하고 있다”며 “최근 3~4년 동안 (수십억원이) 한국으로 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지난 9월부터 국민은행 본점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 8월 말 일본 금융청이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부당대출 문제를 적발한 데 따른 조치다. 국민은행 도쿄지점은 2008년부터 최근까지 법인당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100억원까지 부당하게 빌려준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국민은행 도쿄지점은 대출 한도가 정해져 있는데도 이를 어기면서 돈을 빌려줬다. 도쿄지점장은 대출 한도를 늘리기 위해 친인척 등 타인 명의로 서류를 조작하기도 했다. 직원들은 이를 알고도 눈을 감았다. 금감원은 이런 식으로 부당 대출된 돈이 17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은 당시 도쿄지점장과 직원에 대해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대기발령했다.
업계에서는 부당대출로 만들어진 비자금이 경영진에게 전달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비자금 조성 당시 수뇌부는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과 민병덕 국민은행장 등이다. 당시 경영진은 수차례 도쿄지점을 방문해 지점장 승진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두 차례에 걸친 내부 감사에서 비자금이 흘러온 정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자금 추적권은 금감원에만 있다”며 “우리가 직접 자금을 추적할 수 없기 때문에 발견하지 못했다고 비판받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감시가 소홀한 해외 지점의 부당대출 문제가 다른 은행에도 있을 수 있다고 보고 해외 점포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