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대입… 정보 없어 혼란 극심

입력 2013-11-10 17:39


입시업체 메가스터디의 대입설명회가 열린 10일 오후 서울 잠실운동장 실내체육관. 쌀쌀한 날씨에 몸을 잔뜩 움츠린 수험생·학부모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오전부터 시작된 행렬은 지하철역까지 무려 1㎞나 이어졌다. 오후 2시로 예정됐던 행사는 꼬리에 꼬리를 문 인파로 20여분이나 지연됐다.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업체 측이 준비한 자료집 1만6000여부는 순식간에 동났다. 업체 측은 역대 최다인 1만8000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처음 선보인 수준별 A/B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인해 입시현장의 혼란이 극에 달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의 ‘난수표’ 같은 대입 제도를 만들어 놓은 정부는 뒷짐을 지고 있고, 입시업체들은 밀려드는 수험생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수험생 가족들은 이날 서울 곳곳으로 흩어져 정보를 취합했다. 조카를 위해 아침 일찍 행사장을 찾았다는 정재원(45)씨는 “이곳(메가스터디) 말고도 동시에 여러 곳에서 설명회가 있어 가족이 흩어져서 한 곳씩 맡고 저녁에 정보를 취합한다”고 말했다. 심모(51·여)씨도 “딸은 논술 수업을 듣고 다른 가족들은 흩어졌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대성학원 설명회도 비슷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 소장은 “예년과 다른 것은 가족 단위가 아니라 학부모 중 한 분만 온 것인데 다른 쪽에서도 정보를 얻기 위한 움직임으로 답답함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대성학원 설명회는 지난해까지는 2500여명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4000여명이 찾아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전에서 온 주부 한모(43·여)씨는 “찜질방에서 눈 좀 붙이고 새벽부터 줄서서 대치동 논술학원에 접수하고 오는 길”이라면서 “학부모들이 줄서다가 멱살잡이까지 하는 등 전쟁터 같았다”고 말했다. 한씨는 “고1인 둘째 때는 또 바뀐다는데 혼란을 빚은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희대에 다니면서 의대에 진학하려고 수능을 봤다는 이모(20·여)씨는 “지난해 수능 이후에는 어느 정도 밑그림을 그렸지만 올해는 암흑 속”이라며 답답해했다.

혼란 속에서도 입시업체들은 대입 전망을 속속 발표했다. 진학사·하늘교육중앙·대성학원·이투스청솔·유웨이중앙교육 등은 서울 주요대학 11개교의 예상 합격점수(원점수 400점 만점 기준)에 대한 분석치를 내놨다.

서울대 경영대에 합격하려면 393∼396점을 받아야 할 것으로 추정됐다. 어렵게 출제된 수능의 영향으로 지난해보다 1∼3점 낮아진 수치다. 연세대 경영계열은 390∼394점, 고려대 경영대 389∼394점, 성균관대 글로벌 경영 383∼388점, 서강대 경영학부 380∼385점을 예상했다.

자연계열에서도 의예과 합격선이 많게는 7점 이상 낮아졌다. 서울대 의예과는 합격선이 391∼392점으로, 지난해 396∼398점보다 3∼6점 하락했다. 연세대 의예과는 389∼390점, 고려대 의과대는 387∼389점이 돼야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됐다. 성균관대 의예 387∼389점, 한양대 의예 384∼386점, 경희대 한의예는 374∼376점이 합격선으로 제시됐다.

그 밖의 서울 상위권 대학 인기학과의 경우 360점대 후반∼380점대가 예상 합격선으로 분석됐다. 이화여대 초등교육 373점, 동국대 경찰행정 367점 등이다.

이도경 김수현 황인호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