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퇴장’… 용인 향상교회 정주채 목사 정년 5년 남기고 조기은퇴

입력 2013-11-10 18:36 수정 2013-11-10 14:14


지난 3일 경기도 용인시 상하동 향상교회에서는 정주채(65) 담임목사의 은퇴예배가 열렸다. 교단(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헌법상 정년이 5년 남았지만 정 목사는 이보다 앞서 담임목사 직분을 내려놨다.

정 목사는 “특별한 분들을 제외하고 대개 60세 이상이 되면 선입견과 편견이 고착화되면서 창의적인 사고를 잘 못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갖기 어렵다”며 “축적된 지식이나 경험을 바탕으로 65세까지는 일할 수 있겠지만 이후에는 유능한 후배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은퇴이유를 밝혔다.



정 목사는 원로목사 추대도 사양했다. 그는 “원로로서 목회에 자꾸 관여하면 후임 목회자와 뜻하지 않은 갈등이 생길 수 있다”며 “은퇴 후에는 현재 이사장으로 있는 바른교회아카데미와 고신 측 목회자들의 모임인 미래교회포럼 활동 등을 하며 교회갱신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지난 해부터 사임 의사를 밝힌 정 목사는 교회의 재정 투명성과 담임목사 대물림 근절 등을 주장하며 교회자정운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교회목회자윤리위원회 위원이다. 정 목사는 “은퇴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지만 성도들을 조금 더 헌신적인 사역자로 세우지 못한 것과 기독교대안학교를 세우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정 목사의 결정을 존중한 성도들은 지난해 6월 청빙위원회를 구성, 향상교회 부목사인 김석홍(40) 목사를 후임자로 추천했다. 김 목사는 같은 해 11월 공동의회에서 91%의 지지를 얻어 위임목사로 청빙됐다. 고려신학대학원을 졸업한 김 목사는 2004년부터 향상교회에서 전도사와 부목사로 섬겼다.



향상교회는 정 목사가 서울 잠실중앙교회를 담임했을 당시 출석성도 1500명이 넘으면 교회를 분립·개척하겠다고 했던 약속에 따라 2000년 세워졌다. 현재 2800여명이 출석하고 있으며 2005년 교회를 현재 위치로 이전하면서 생긴 토지매매수익 전액(4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기로 공언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