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일랜드 평화화해대학원 맥매스터 명예교수 “한반도 평화 정착 기독인의 역할 중요”
입력 2013-11-10 17:31 수정 2013-11-10 19:29
“평화협정 체결은 끝이 아니었어요.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존스턴 맥매스터 북아일랜드 평화화해대학원 명예교수는 1998년 벨파스트 평화협정 체결 이후 시작된 화해와 치유의 사역에 15년째 관여하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를 방문한 그는 정전협정 체결 60주년을 맞아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을 바라는 한국인을 위해 북아일랜드의 경험을 전해주었다.
북아일랜드는 토착 가톨릭 신도와 성공회를 믿는 영국 정부 사이의 오랜 갈등으로 지난 30여년 간 4000여명이 숨지고 4만 여명이 부상을 당한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평화협정을 체결한 이후에도 북아일랜드의 완전한 독립을 바라는 이들의 폭탄 공격이 간간이 발생했다.
맥매스터 교수는 “갈등과 폭력의 역사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15년째 노력하고 있다”며 “화해와 평화를 이루는 것은 아주 어려운 과정이고 영적인 경험이기 때문에 종교인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와 가해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경험을 털어 놓는 과정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양쪽의 군인과 경찰, 정치인은 물론이고 시민들까지 모두 투쟁의 과정에서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상처를 받았습니다. 상처 입은 사람들은 이렇게 묻습니다. ‘왜 하필 내가 이런 아픔을 겪어야 하나요’ ‘무엇이 진실인가요’ 놀랍게도 사람들은 복수를 원하는 게 아니라 진실을 알기 원합니다.”
당사자들이 서로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상대를 괴물이나 원수가 아니라 인간으로 이해하게 된다고 맥매스터 교수는 전했다.
교회와 지역사회 단체들이 개인의 경험과 특정한 사건을 이처럼 종합해 하나의 이야기로 묶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치유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그는 말했다. 이야기를 정리하는 것도 쉽지 않다. 수십년 세월 속에서 피해자도 가해자도 저마다 자신의 입장에서 상대가 잘못했다는 이분법에서 빠져나오려 하지 않았다. 게다가 역사적 사건을 둘러싼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 때마다 사람들의 태도도 달라졌다.
“이때 중요한 것은 누가 양측의 사람을 한 자리에 불러 모을 수 있는지, 누가 속 깊은 이야기를 끄집어 낼 수 있을 정도로 신뢰받고 있는지 하는 점입니다. 유연한 자세로 여러 시각을 아우를 수 있으면서도 당사자들의 아픔을 어루만질 수 있어야 합니다.”
교회가 나서야할 일이지만, 북아일랜드에서도 분쟁 과정에서 교회가 신뢰를 많이 잃었다고 맥매스터 교수는 전했다. 교회마저 정치적으로 어느 한 쪽에 서면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었고, 화해와 평화를 이야기하는 교회들은 투쟁을 바라는 이들에게 외면 받았다.
“우리 모두 인간일 뿐이라는 것, 이것이 문제이면서 또한 해법입니다. 인간이기에 권력을 추구하고 폭력을 동원하고픈 유혹에 빠지지요. 하지만 양심을 가진 인간이기에 하나님 앞에 고개 숙이고 우리를 자유케 하시는 사랑의 은혜를 구할 수밖에 없지요.”
정의를 위한 투쟁을 외치던 이들이 상대방의 처지를 알게 되고, 폭력을 뉘우치고, 새로운 길을 찾는 것은 기독교인이 하나님 앞에 회개하고 돌아오는 과정과 같은 영적인 사건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우리가 폭력에서 벗어나 서로를 이해하고 하나님의 사랑이 충만한 세상을 만드는 일은 일생을 다 바쳐 이뤄야할 과업입니다. 한반도에도 전쟁과 폭력이 그치고 하나님의 은혜를 구하는 역사가 일어나려면 기독교인들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