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거림, 이상형 그녀 때문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심장 부정맥이 원인”

입력 2013-11-10 17:12


노총각 직장인 김모(43)씨는 최근 새로 들어온 여직원 때문에 가슴이 뛰는 경험을 했다. 그동안 자신이 찾고 있었던 이상형과 매우 닮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두근거림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심해졌다. 그녀가 안 보이는 곳에서도, 그녀를 생각하지 않을 때도 멎지 않고 계속 그랬다. 나중엔 가슴 부위가 욱신거리며 아프기까지 했다.

그때서야 뭔가 이상을 직감한 그는 고민 끝에 동네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그의 가슴에 청진기를 대 심음(心音)을 들어보고, 심전도검사를 해보더니 부정맥(不整脈) 때문에 생긴 심계항진(心悸亢進)이 의심된다고 진단했다.

심계항진이란 심장이 뛰는 것이 느껴져 불쾌한 기분이 드는 증상을 통틀어 말한다. 또 부정맥은 말 그대로 불규칙적으로 뛰는 심장박동을 가리킨다. 보통 정상보다 빠르거나 늦고, 고르지 않은 것을 모두 아우르는 용어로 쓰인다.

단순히 이상형을 만나서 가슴이 뛰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심장박동이 비정상적으로 뛰는 부정맥으로 인해 나타나는 이상 증상이라는 뜻밖의 진단에 김씨는 가슴이 더욱 답답해졌다. 부정맥이 자칫 돌연사를 부를 수도 있는 심장질환임을 뒤늦게 알게 된 까닭이다.

◇맥박은 분당 60∼100회가 정상=우리들은 평소 심장의 박동을 느끼지 못하고 지낸다. 크게 흥분하거나 격렬한 운동을 할 때, 또 술을 먹었을 때 심장이 빨리 뛰는 것을 느끼는 정도다.

이런 현상은 잠시 쉬거나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정상화된다. 모두 생리적 현상들로 문제가 될 게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슴이 이렇게 두근거리는 증상이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않고 노총각 김씨처럼 시도 때도 없이 계속된다면? 게다가 심장이 펄쩍펄쩍 건너뛰는 느낌이 들거나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 느낌, 갑자기 심장이 멎는 듯한 느낌이 들기까지 한다면?

답은 모두 ‘부정맥을 의심해 봐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한림의대 강남성심병원 순환기내과 문희선 교수는 “대개 맥박이 빠르게 뛰는 빈맥(頻脈)일 경우에 일어나지만, 반대로 맥박이 느리게 뛰는 서맥(徐脈)일 때도 일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맥박은 1분당 60∼100회 뛰는 것이 정상이다. 심장이 이보다 천천히, 분당 50회 이하 속도로 뛰면 신체 각 부위에서 필요로 하는 혈액을 충분히 보낼 수 없기 때문에 어지럽거나, 힘이 없게 되고 심지어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

반면 분당 110회 이상 지나치게 빨리 뛰어도 심장이 충분히 강하게 수축할 수가 없게 돼 어지럽고, 탈력감이 생길 수 있으며 가슴이 비정상적으로 두근거리게 된다.

◇심장병의 초기 경고등, 심계항진=단순 부정맥은 흥분, 과로, 스트레스에 의해 누구나 흔히 겪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별다른 신체 손상도 초래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문제는 부정맥이 생긴 이유가 심장 이상에 의한 것일 때다. 심근경색증이나 협심증, 심장 기형, 심부전 등 심장질환에 의한 부정맥을 방치하면 갑자기 흉통과 함께 호흡곤란 증상을 겪을 수도 있다.

따라서 심장기형 등 선천성 심장병이 있거나 과거에 심근경색증을 경험한 사람은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심장내과(순환기내과) 전문의를 찾아 심장박동기를 다는 등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노태호 교수는 “어떤 심장질환이든 초기에는 경보와 같이 심계항진 증상이 나타나기 마련”이라며 “뚜렷한 이유 없이 가슴이 뛰고 어지러울 때는 빈혈이나 저혈압 탓으로만 여기지 말고 한번쯤 의사와 상의해 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