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사청문회가 정쟁에 휘말리면 안 된다

입력 2013-11-10 17:56

정치적 중립성, 자질과 소신, 도덕성 철저 검증해야

황찬현 감사원장,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11∼13일 잇따라 열린다. 세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제각기 막중한 직책을 맡게 되는 데다 전임자들이 모두 정치적 논란 속에 퇴진했기 때문에 국민적 관심이 크다. 양건 전 감사원장은 ‘눈치 보기’ 4대강 감사로 물의를 일으킨 데 이어 청와대의 감사위원 인선에 불만을 품고 사표를 냈으며, 진영 전 복지부 장관은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하려는 청와대 방침에 반발해 스스로 물러났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와 관련해 법무부 장관과 갈등을 빚은 데다 혼외아들 의혹이 불거져 불명예 퇴진했다.

이런 점을 감안해 볼 때 이번 인사청문회는 정치적 중립성, 국정 현안에 대한 자질과 소신, 도덕성 등을 검증하는 데 초점이 모아져야 한다. 그러나 현 국회 상황은 사상 유례 없는 정쟁에 휩싸여 있어 짜임새 있는 청문회가 이뤄질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민주당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특검을 연결 고리로 범야권 연대를 추진하면서 대여 공세를 강화하고 있으며, 새누리당은 ‘민주당=국정파괴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인사청문회가 자칫 정쟁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감사원장 청문회에선 황 후보자가 감사원의 독립성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한다. 감사원장은 대통령 눈치를 봐서도 안 되고, 야당 압력을 받아서도 안 된다. 민주당은 경남 마산 출신인 황 후보자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동향(경남 거제)이라는 이유로 정치적 편향성을 띨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럴 가능성이 없지 않겠지만 평생을 사법부에서 몸담은 사람에게 그런 이유만으로 미리 편을 가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그보다는 황 후보자의 평소 언행과 판결 내용을 잘 살펴보는 게 더 중요하다.

복지부 장관 청문회에선 각계각층 구성원들의 의견을 적절히 조정해 여러 복지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역량을 갖췄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청와대와 뜻이 맞지 않는다고 막무가내로 장관직을 내던지는 사람이 다시 나와서는 안 되겠다. 문 후보자의 경우 연구원 재직 시절 기초연금과 국민연금 연계에 반대했다는 보고서가 공개됐으므로 그 진위를 명확히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검찰총장 청문회에서는 민주당이 채 전 총장 사퇴에 청와대 외압이 있었다는 점, 검찰이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를 계속하기 어렵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새누리당이 정면으로 맞서다 보면 분위기가 험악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후보자가 정치적으로 흔들림 없이 주요 수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인지는 제대로 검증해야 한다. 특히 언론에서 제기한 김 비서실장과 김 후보자 간의 친분 정도와 향후 유착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야를 떠나 분명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검찰의 수장이 청와대 비서실에 예속되면 존재 이유가 크게 훼손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