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WCC 부산총회 폐막, 공의·사랑·평화 실천할 때
입력 2013-11-10 17:51
세계 기독교인의 관심 속에 열린 세계교회협의회(WCC) 10차 부산총회가 열흘간의 공식 일정을 마치고 지난 8일 막을 내렸다. 참가자들의 얼굴과 피부색, 옷차림은 달랐지만 이들을 통해 역사하는 하나님 앞에서 한 형제자매임을 확인한 축제의 장이었다.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긴 전 세계 기독교인 5억6000만명의 기도, 한국교회의 헌신적인 협력과 준비가 성공적인 부산총회의 밑거름이었음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WCC는 총회 기간에 매우 중요한 메시지와 성명서를 발표했다. WCC가 폐막일에 발표한 ‘함께 순례를 떠납시다’라는 제목의 메시지는 기독교인이라면 두고두고 가슴에 아로새길 만한 내용이었다. WCC는 메시지에서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를 먼저 변화시켜 평화의 도구로 만들어 주시기를 기도한다”며 “우리는 가혹한 현실에 눈을 감거나, 하나님의 변화시키는 사역에서 손을 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모든 사람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됐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기를 기도한다”며 “우리는 생명의 하나님이 여러분에게 주신 은사를 행동을 바꾸는 데 사용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공의 사랑 평화 나눔 헌신 위로 격려의 복음을 널리 전하는 데 기독교인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항상 어려운 이들과 함께하고 지극히 낮은 자의 편에 서신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마음속에만 새기지 말고 적극 실천해야 할 때다.
WCC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관한 성명서’에서 세계교회와 정부가 남북한 평화와 화해, 공존과 재통일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과 핵무기 없는 세상을 지향한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다. 한국교회는 WCC와 공동보조를 맞추면서 한반도 평화통일과 북핵 제거를 위한 역사적 사명을 다해야 한다. 당초 독일 러시아 몽골 중국 북한을 거쳐 부산으로 가려던 ‘평화열차’가 북한을 통과하지 못한 것은 큰 아쉬움이 아닐 수 없다. 방한한 기독교인들은 남북 대결 구도를 똑똑히 보았을 것이다. 이들의 기도와 협조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한국교회를 비롯한 우리 사회는 WCC 회의 진행 방식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WCC는 배려와 존중, 진지한 토론과 경청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낸다. 헌장 개정, 총회 장소 결정, 임원 선출 같은 안건은 표결로 처리하지만 신학, 신앙, 이념, 타 종교와의 대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만장일치에 가까운 합의제를 적용한다. 찬성률이 95%에 미달하는 안건은 기각된다. 반면 한국교회는 공개적인 거수투표나 ‘재청’ ‘삼청’ 같은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할 때가 많다. 국회는 말할 것도 없고 우리 사회 곳곳에서 토론은 하지 않고 힘으로 밀어붙이거나 방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부산총회를 계기로 의사결정 과정의 민주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