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차창훈] 시진핑의 고강도 개혁 청사진

입력 2013-11-10 18:43


2013년 6월 27∼30일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정상회담은 양국 간 20년의 미래 비전을 도출하고 ‘전략적 협력동반자관계’를 내실화하는 데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을 ‘심신지려(心信之旅)’로 표현하며 지난 정부 때 훼손된 양국의 신뢰관계를 복원하고자 했다. 특히 언론들은 박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세대를 계승해 양국의 최고지도자가 되었음을 주목하면서 양국의 협력 증대에 기대를 걸었다. 과거 중국은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1960∼70년대 한국의 경제발전 모델에 주목한 바 있었는데, 현재 중국에서 출간돼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박 대통령 전기의 인기는 중국이 한·중 관계의 신뢰 회복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음을 반영하고 있다.

중국은 11월 9∼12일 동안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를 개최한다. 중국공산당은 통상적으로 제1차와 제2차 회의에서 선출된 새로운 지도부가 제3차 전체회의에서 정책 노선을 제시하는데, 이번 회의의 정책 노선은 지난 10월 27일 국무원발전연구중심에서 발표한 ‘383 개혁방안’에서 이미 구체화되었다. 383 개혁방안이란 3위일체형 개혁, 8개 중점 개혁 영역, 3개 연관성 개혁 조합을 통칭하는 것으로 향후 시진핑 정부의 주요 개혁 방향 및 대상을 포함하고 있다. 시장경제체제 확립, 정부 기능 변화, 기업 혁신체제 구축을 3위일체로 하여 정부 행정관리, 기초산업, 토지제도, 금융 시스템, 재정체계, 국유자산 관리체계, 혁신 및 지속 가능형 발전개혁, 대외 경제체제 개혁 등 8개 분야에서 국민 기초사회보장제도 실행 등 3개 연관 분야의 개혁 추진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시진핑의 이 개혁 방안은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는 차원에서 현재 중국 체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정치, 경제, 사회 영역을 망라하는 고강도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한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중국경제의 기득권 세력인 국유기업이 독점해 왔던 영역에 외부 투자를 허용해 경쟁 시스템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또한 사회 약자인 농민이 직접 토지거래 이익을 분배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모호한 재산권 제도 형태인 집체토지제도 개혁을 통해 집체토지시장을 창출하고 있으며, 사회보장체계 개혁을 통해 중앙정부와 성급 정부가 책임지는 ‘국민기초사회보장 패키지’ 제도 실시를 구상 중이다. 특히 국민기초사회보장 패키지는 기본양로보험기금의 전면적 실시, 의료보험 가입 보조금의 상급 정부 부담, 전국 최저생활보호대상에 대한 보조금 지급 실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시행될 개인의 사회보장카드 기록은 최종적으로 중국의 호구(戶口)제도를 대체할 것임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의 호구제도는 마오쩌둥 시대 도시와 농촌을 분리하고 이주의 자유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정책으로 시행되었다. 그러나 개혁·개방 정책으로 수많은 농민들이 새로운 기회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유입되면서 호구제도는 사실상 존립 근거를 잃게 되었다. 자신의 호구가 등록된 지역을 벗어나 거주하고 있는 인구를 유동(流動)인구라 부르는데, 현재 2억3600만명에 달하며 전체 인구의 약 6분의 1에 해당한다. 유동인구의 약 75%는 농촌 호구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의 대부분은 자녀 교육, 도시 생활의 혜택 등으로 도시 호구 취득을 원하고 있다. 호구제도 개혁과 함께 중국은 도시화를 순조롭게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사회보장, 교육 등 도시의 공공서비스 제공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시진핑 정부의 383 개혁 방안이 제3차 중앙위원 전체회의에서 통과된다면 중국은 현재 직면한 경제·사회적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고강도 개혁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쩌면 30년 후 우리의 다음 세대가 현재 시진핑이 추진하는 중국의 개혁 프로그램을 모델로 배우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 한·중 수교에서 시진핑의 동반자였던 박 대통령이 현재 한국적 개혁 프로그램을 가동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차창훈(부산대 교수·정치외교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