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터키공장 생산능력 倍 늘어난 20만대로 설비 증설
입력 2013-11-10 17:05
7일(현지시간) 오전 터키 이즈미트시(市) 현대자동차 공장의 차체 공정 라인. 아직 색이 입혀지지 않은 짙은 회색의 자동차 뚜껑이 로봇 팔에 의해 차체 위에 내려앉았다. 1초도 지나지 않아 다른 로봇 팔 두 개가 튀어나오더니 뚜껑과 차체 사이를 용접했다. ‘치익’ 소리와 함께 불꽃이 튀었지만 주변 4∼5m 반경에 사람이 없어 위험하지 않아 보였다.
현대차 터키 공장은 지난 4월 생산능력 10만대에서 20만대로 설비 증설을 하면서 100% 용접 자동화를 이뤘다. 강판을 프레스로 찍어 차체로 성형하고, 그것을 이어 붙이는 일을 모두 기계가 한다.
현대차는 터키 공장의 자동화와 생산능력 증대에 4억7500만 유로(약 6900억원)를 투자했다. 유럽 시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서다. 유럽 시장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경차 i10과 소형차 i20을 이곳에서 만들어 수출한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특히 i10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i10은 우리나라에서 판매되지 않지만 유럽에서는 2010년 8만9000여대, 2011년 7만2000여대가 팔리며 존재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지난달 터키 공장 방문에서 “신형 i10이 폭스바겐의 (경차) ‘업’보다 상품성과 주행능력이 좋으니 잘 만들라”고 주문했다는 후문이다.
소형차인 i20도 지난해 7만8000여대가 판매될 정도로 유럽에서는 인기 모델이다. 터키 공장은 내년 i10 8만대, i20 12만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유럽 전체 경차·소형차 시장 규모가 약 400만대여서 20만대를 전부 다 팔면 해당 차급에서 점유율 5%를 달성할 수 있다. 현재의 두 배 수준이다. 진병진 공장장(이사)은 “내년 유럽 경기가 나아질 전망이어서 그 이상 달성도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터키 공장은 내년 3월부터는 3교대 근무를 시작한다. 필요한 인력 550명을 요즘 신규 채용 중이다. 할아버지가 한국전쟁 참전용사라는 공장 직원 데르다 카살(29)은 “물량이 많아져 더 빠른 속도로 일해야 하지만 공장이 계속 발전해 자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공장은 지금까지 겨우 수지를 맞추는 수준이었지만 내년에는 대규모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와 함께 현지에 동반 진출한 부품 회사들도 생산증대에 맞춰 설비를 확충했다. 현대차 공장에서 약 15㎞ 떨어진 곳에서 공장을 운영 중인 협력업체 ‘호원’의 관계자는 10일 “안정적인 매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즈미트(터키)=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