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악화 최대 피해자는 항공사?
입력 2013-11-10 17:05
국내 양대 항공사가 한때 ‘황금 노선’으로 불렸던 일본 노선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세계경기 위축으로 항공화물 수요 회복 전망이 밝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 여객 감소까지 더해지며 실적이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8일 발표한 3분기 영업이익은 634억38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1.8% 줄었다. 매출 역시 1조5192억원으로 3% 감소했다. 지난달 24일 실적을 발표한 대한항공의 3분기 영업이익 역시 2821억원으로 전년 대비 43.2% 낮아졌다. 매출도 3조1833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줄었다.
양대 항공사 모두 분기 기준으로 올 들어 첫 흑자로 돌아섰지만 3분기가 항공업계 최대 성수기인 점을 감안하면 회복 국면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이 더뎌 한국발 및 환적화물(공항 내에서 비행기만 바꿔 싣고 떠나는 화물) 수송량이 감소했고 여객 부문에서도 일본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라는 게 두 항공사의 공통된 진단이다.
일본관광국(JNTO)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일본에 입국한 한국인 수는 194만42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5만명(30.4%) 정도 늘었다. 일본 방사능 유출 우려 등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엔저 등의 이유로 오히려 관광객이 늘었다. 반면 문화체육관광부의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9월 한국에 들어온 일본인은 206만4882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277만2352명)에 비해 70만7470명(25.5%) 감소했다. 한국인 출국자가 증가했지만 일본인 입국자가 큰 폭으로 줄면서 일본 노선 전체의 실적이 악화된 것이다.
이는 엔저에 따른 일본 내 출국 감소의 영향도 있지만 양국 관계 악화가 여객 수요를 크게 위축시킨 면도 있다. 실제 JNTO 통계에 따르면 1월부터 9월까지 일본 전체 출국자 수는 7.4% 줄어드는데 그쳤지만 한국으로 떠난 일본인의 감소 폭은 훨씬 두드러진다.
특히 일본 노선이 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좋은 노선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실적 부진은 더욱 뼈아프다. 두 항공사의 일본 노선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최대 20%를 넘긴 때도 있었지만 현재 대한항공은 15%, 아시아나항공은 17% 정도까지 낮아졌다.
항공사 관계자는 10일 “연휴 등 관광 수요가 많을 때 한국에 들어오는 일본인도 줄었지만 무엇보다 평일 탑승률을 높였던 수학여행 등 단체 방문객 수가 양국관계 악화로 크게 줄었다”며 “이는 고스란히 항공사 전체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