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기자들 “줄기세포 치료·시설 띵하오!”

입력 2013-11-10 18:27


지난 달 14일 오후 서울 방배동 연세사랑병원. 일단의 중국인들이 병원을 돌아보고 있었다. 수술실과 병실, 검사실, 재활치료실 등을 둘러보며 수첩에 뭔가를 열심히 메모하는 모습으로 보아 관절염 치료를 받기 위해 방문한 의료관광객 같지는 않았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일까. 병원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중국 광명일보 논설위원·기자단 일행이라고 했다. 최근 중국에서 불고 있는 ‘의료한류’의 실체를 취재하러 온 것이다. 광명일보는 중국에서 인민일보와 쌍벽을 이루는 신문이다.

최근 들어 중국 및 아시아 국가의 병원 관계자와 언론인들이 연세사랑병원을 줄지어 방문하고 있다. 이 병원이 연골 손상에 따른 초·중기 무릎 퇴행성관절염을 줄기세포로 치료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광명일보 관계자들도 이날 연세사랑병원의 줄기세포 치료 및 연구 시설, 최첨단 무릎관절 치료 장비와 재활치료실 등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중국인들의 관절 및 척추질환의 치료에도 줄기세포 치료를 적용하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연세사랑병원은 국내 전문병원 중 유일하게 세포치료연구소(관절염·연골재생연구소)를 운영하는 등 퇴행성관절염의 세포치료를 선도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이 병원의 세포치료연구소는 지금도 퇴행성관절염의 줄기세포 치료 효과를 배가시키고, 시술 시 불편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연구하고 있다.

줄기세포란 한마디로 여러 종류의 신체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세포, 즉 어린 ‘미분화’ 세포를 말한다. 이 상태에서 적절한 조건을 맞춰주면 원하는 조직 세포로 분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이른바 세포치료제가 바로 그것이다.

초·중기 퇴행성관절염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 연골재생술은 환자 자신의 골수와 지방, 그리고 제대혈(탯줄혈액)을 이용하는 방법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골수 줄기세포 치료는 환자 자신의 엉덩이뼈에서 골수를 채취해 원심분리기로 그 속의 혈액성분만 농축 분리한 다음, 연골 손상으로 퇴행성관절염이 생긴 부위에 주입해주는 방법으로 이뤄진다. 이 골수혈액 속에는 연골로 자랄 수 있는 미분화 세포(줄기세포)와 성장인자, 단핵세포 등이 섞여 있다. 연골재생 효과는 약 70∼80%다.

지방 줄기세포 치료의 연골재생 효과도 이에 못지않다.

고용곤 원장 등 연세사랑병원 의료진은 퇴행성관절염 환자의 무릎 연골에 지방 줄기세포를 주입하고 2년간 추적 관찰하는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시술 1년 뒤 손상됐던 연골이 되살아나면서 무릎 통증이 완화되고, 관절의 운동기능도 눈에 띄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결과는 정형외과 분야 국제 학술지 ‘더 니(The Knee)’와 ‘아쓰로스코피(Arthroscopy)’ 최신호에 각각 게재됐다.

지방 줄기세포 치료가 무릎뿐만 아니라 발목관절 치료에도 유용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고용곤 원장팀은 손상된 발목 연골을 재생시킬 목적으로 줄기세포 치료와 기존의 미세천공술 시술을 받은 환자들을 각각 비교했다. 그 결과 줄기세포 그룹의 치료 효과가 미세천공술 그룹에 비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연구결과 역시 스포츠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디 아메리칸 저널 오브 스포츠 메디신’(AJSM) 최신호에 게재됐다.

한편 연세사랑병원은 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용한 연골재생술도 활발하게 시술 중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초로 시판을 허가한 ‘카티스템’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카티스템은 바이오벤처 ㈜메디포스트가 탯줄혈액에서 미분화 상태의 중간엽 줄기세포를 추출해 산업화한 세포치료제다.

환자 자신의 골수와 지방에서 뽑은 줄기세포는 연골 손상 범위에 따라 주사나 관절내시경으로 간단히 주입한다. 반면 제대혈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을 이용한 연골재생술은 무릎을 절개해 관절 속을 개방한 상태에서 시술하는 게 다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