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음악이 뜬다] 신나는… ‘新문화’

입력 2013-11-09 04:00


지난달 16일 밤(현지시간) 세계 각지에서 수만명의 젊은이들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몰려들었다. 이들은 70여곳의 댄스클럽으로 흩어져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었다. DJ가 볼륨을 높이자 그들은 일제히 두 팔을 위로 올리고 환호했다. 열광의 도가니. 암스테르담의 클럽 70여곳에서는 이날부터 20일까지 세계 최대 규모의 댄스 축제 ‘ADE(Amsterdam Dance Event)’가 열렸다.

오후 9시쯤 암스테르담 남서쪽에 위치한 클럽 멜크웨그에 들어서자 날카로운 전자음이 귀를 파고들었다. 천장과 벽면 곳곳에 설치된 조명에서 화려한 레이저가 부챗살 모양을 그리며 뿜어졌다. 유럽뿐 아니라 남미, 아시아, 중동에서 온 이들도 눈에 띄었다. 고등학생쯤 돼 보이는 10대도 있었고, 머리가 희끗한 노인도 보였다. 음악과 춤에 대한 열정은 나이나 지역과 무관했다. ADE 주최 측은 축제 기간에 뮤지션 2000명이 참여했고, 20만명 이상의 클러버들이 모여들었다고 추산했다.

음악은 무대 정면에 있던 DJ의 손끝에서 즉흥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가 헤드폰을 끼고 턴테이블을 조작하자 징징거리는 전자음이 스피커를 통해 터져 나왔다.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이라는 장르다. 국내 대부분의 클럽에서도 이 음악이 나온다. 최근 방영된 MBC 무한도전 가요제에서 개그맨 박명수가 “페스티벌은 무조건 신나야 한다”며 고집을 부렸던 그 장르다.

요즘 전 세계는 EDM이 대세다. 25년 전 암스테르담에서 EDM이 탄생한 뒤 전 세계로 흘러나갔다. 컴퓨터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에 맞춰 EDM 역시 발전 속도를 높여갔다. 네덜란드 라디오 방송국에서 EDM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데니스 뤼에는 “유튜브의 발전도 EDM의 확산을 부추겼다”고 했다. ADE뿐 아니라 센세이션, 울트라뮤직페스티벌(UMF), 글로벌개더링 등 관련 페스티벌도 여럿 생겼다.

8일 네덜란드 컨설팅 업체 에바(EVAR)에 따르면 전 세계 EDM 인구는 3860만명 정도다. 여기서 창출되는 경제적 가치는 한 해 57억 달러(약 6조450억원)에 달한다. 네덜란드 영국 캐나다 터키 등 상당수 국가에서 20∼34세 인구의 25% 정도가 EDM을 즐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경우 1430만명(22.5%)을 넘어섰다. 라인더스 에바 대표는 “EDM은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코카콜라나 아이폰처럼 일상적인 문화로 자리잡았다”며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성장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에서도 클럽은 젊은이들에게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한국의 EDM 인구는 5.0%에 불과하다. 에바가 조사한 27개 국가 중 25번째다. 다른 국가와 달리 한국의 젊은이들은 클럽에서 음악이 아닌 다른 ‘무언가’를 즐기고 있다는 얘기다. 라인더스 대표는 지난달 15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일부 국가의 젊은이들은 클럽문화에 익숙해 있지만 EDM 시장은 개발도상국 수준”이라며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암스테르담=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