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부산총회] 피리 WCC 협동총무·정승훈 교수 “총회 이후 구제·봉사는 사회구조 변화 끌어내야”
입력 2013-11-08 19:07 수정 2013-11-08 23:04
디아코니아(구제·봉사)는 한국교회의 중요한 과제일 뿐 아니라 WCC 사역의 핵심 중 하나다. WCC 부산총회를 계기로 단순 구제를 뛰어넘어 예언자적 디아코니아를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세벨 아파오 피리(56·여) WCC 협동총무는 7일 “세계교회는 이제 예언자적 디아코니아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언자적 디아코니아는 ‘눈앞의 현상을 해결하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구제가 필요한 상황을 촉발시킨 경제·사회적 원인에 대해 근본적 처방을 내리는 것’을 의미한다.
아프리카 말라위 출신인 그는 “지역교회가 감당해 온 구제사역을 더욱 전문화시키고, 같은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시민·사회 단체들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소외계층과 더불어 살며 봉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지역교회 혼자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함께 만난 정승훈(55) 미국 루터대학교 조직신학 교수는 세계교회의 디아코니아 사역의 흐름을 소개했다. 그는 “교회 조직을 만인봉사직이라는 개념 아래 조직 구성원 간 평등한 수평관계로 바꿔가는 것이 세계교회의 흐름”이라며 “이제는 한국교회도 목회자와 성도 모두 함께 사역하는 동역자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한국교회의 디아코니아 사역이 시혜적 차원의 구제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회가 앞으로 추구해야 할 사역의 방향은 단순한 구제가 아니라 청년 실업, 비정규직 노동자 등 사회구조적 문제로 인해 주류에서 밀려난 이들을 돌보고 세우는 것이어야 한다고 그는 제안했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수준의 디아코니아를 넘어서서 ‘사회적 약자가 적게 생겨나도록 사회구조적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21세기 한국교회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는 “예수의 디아코니아는 병들고 가난하고 손가락질 받던 이들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 주신 것”이라며 “오늘날 한국교회도 예수께서 디아코니아를 통해 세계와 화해하셨던 그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